가을 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나무 중에 옻나무가 있다.

옻은 옻나무에서 옮는 것으로, 피부가 붉게 되고 좁쌀 같은 발진이 생겨 온몸을 가렵게 한다.

더 심해져 발진이 터지면 진물이 나면서 피부를 곪게 만드는 고약한 질병이다.

청평호를 거슬러 올라가는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 중촌마을에는 이러한 옻오름을 치료한다고 전해지는 옻우물이 있다.

마을 입구에서 옻우물의 위치를 묻자 노인이 안내해 주었다.

마을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우물은 직경 50cm 정도 되는 작은 샘물인 듯하다.

마을 노인의 생생한 증언에 따르면 이곳은 원래 추운 겨울에도 뜨거운 물이 샘솟아 주민들은 성스러운 약물이라 여겼다고 한다.

약물은 옻오름 뿐 아니라, 풍이나 다른 피부병에도 효력이 있다는 소문으로 많은 환자가 찾아왔다.

중병의 환자들이 각지에서 모여들자, 중촌마을은 병자마을이라는 소문이 나돌게 되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마을사람 몇몇이 약수터에서는 금기인 개를 끌고 주위에 피를 흘리게 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뜨거운 물을 내뿜던 온천은 차가운 물로 변하였다.

비록 뜨거운 기운은 잃었지만 효력에 대한 소문은 사람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아직도 옻오름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약물을 바르고 마시면 씻은 듯 낫는다고 하니 작은 샘물이 달리 보인다.

예부터 유명했던 우물이건만, 아쉽게도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아 그 모양새가 초라했다.

의학적으로 실제 효과가 있는지의 여부를 떠나 많은 서민의 아픔을 씻어주고 어루만져 주었던 곳이니 그 명성에 맞는 대우를 해주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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