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꿈이 `군인 아니면 경찰'이었습니다. 살면서 하나만 하기에도 쉽지 않은데 둘 모두를 직업으로 삼게 됐으니 저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박수영(32.여)씨는 한때 군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 공군에 입대해 이듬해 소위로 임관했고, 지난해 1월 전역할 때까지 7년간 대구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했다. 그의 아버지는 예비역 공군 준위, 남동생은 현역 공군 부사관이다.

"어린 시절 꿈이었던 데다 활동적인 성격과도 잘 맞아 군 복무는 정말 즐거웠다"고 박씨는 18일 말했다. 그러나 시민과 접촉하고 봉사할 기회가 적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그는 친구 몇 명과 틈틈이 다니는 봉사활동으로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

`경찰의 꿈'을 차마 버리기 어려웠던 박씨는 전역하자마자 바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독어독문학과를 나온 그에게 각종 법률과목과 수사기법 등은 생소하고 어려웠지만 `어차피 공부는 똑같다'는 일념으로 책과 씨름했다.

결국 박씨는 이달 16일 울산지방경찰청 순경 채용시험에 합격했다. 군복을 벗고 시험을 준비한 지 1년8개월여만이다. 오는 24일부터 중앙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고 내년 4월 울산지역 지구대에 배치되면 그의 `경찰인생'은 시작된다.

전직 군 간부가 말단 순경이 되는 상황이지만 박씨는 개의치 않는다. 그는 "간부와 순경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을 뿐 계급은 중요치 않다"며 "장교일 때 가졌던 책임감은 유지하되 모든 걸 다시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찰 조직에서 박씨는 군 복무 시절의 특기를 살려 정보분야에 진출하는 게 꿈이다. 그는 "당분간은 경찰의 기본을 배우는 데 매진하고, 어느 정도 기반을 닦으면 아직 여성의 진출이 적은 정보분야에서 경찰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씨는 "장교 출신으로 순경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하니 주위에서 우려도 적지 않았다"며 "나이도 많은 데다 군 출신이어서 조직 내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있을 테니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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