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의 손녀 신지원씨(35)가 할아버지가 활동했던 중국 베이징에서 할아버지와 관련된 기록을 열심히 찾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그녀가 베이징에서 어학연수까지 하며 찾고 있는 주요기록은 단재가 이곳에서 발간한 역사 잡지 천고(天鼓). ‘천고’란 ‘하늘의 북’이라는 뜻으로 1921년 단재가 중국 베이징에서 항일투쟁의 수단으로 발간했던 순한문 잡지다.

이 잡지는 창간사에서 ▲일본이 우리만이 아닌 동양의 구적(仇敵)으로 중국과 한국이 입술과 이(순치·脣齒)의 관계임을 일깨워 주고 ▲우리의 투쟁노력을 널리 찾아 이웃나라 인민들에게 소개하며 ▲(일제의) 역사왜곡을 바로잡고 ▲조선총독부의 언론탄압과 왜곡에 맞서 해외에서나마 대의를 널리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혀 항일투쟁이 목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단재가 일일이 손으로 필경해 모두 7권을 발간한 것으로 알려진 이 잡지 제1권은 93년 한국독립운동사자료집에 영인본으로 복원됐다. 제2권은 단재의 며느리인 이남덕 여사와 김삼웅 현 독립기념관장이 함께 발굴했다. 단재기념사업회는 단재의 항일정신이 집대성된 이 잡지의 전체를 수집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잡지의 제3권이 바로 베이징대 도서관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대학측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행히 3권의 소재를 파악한 신씨는 “지난 3월7일 도서신청을 했는데 지금껏 소식이 없다”며 “베이징대측은 이 잡지를 무슨 보물 다루듯 공개를 않고 있는데 아마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한 한국과의 고구려사 논쟁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잡지 제7권이 상하이에서 발견됐다는 얘기가 있으나 확인하지는 못했고 나머지 4·5·6권은 아직 소재 파악조차 안된 상태다.

신씨는 어학연수가 끝나면 베이징대 대학원 석사과정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할아버지의 행적을 찾을 생각이다. 신씨는 “당시 북경일보나 중화보 등에 할아버지가 기고한 글이 상당히 많은데 필명이나 가명 등으로 투고한 것이 많아 문맥으로 일일이 찾아야 한다”며 “특히 아나키스트 등과 관련된 문서는 정치적 문건으로 분류해 대학원 석사 이상만 열람할 수 있게 해 자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단재의 가족들은 “이런 일은 유족이나 단재기념사업회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들여 해야 하는 사업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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