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아 일부 기업체가 기숙사까지 폐쇄하면서 오갈 곳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해수욕장에 몰려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들은 턱없이 비싼 숙박료와 식사 값에 어쩔 수 없이 인근 공원에서 노숙을 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다른 피서객들의 피해도 잇따라 관할 구청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안산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스리랑카인 K(26)씨.

K씨는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동료 6명과 함께 버스를 타고 지난 1일 해운대 해수욕장에 도착한 뒤 인근 송림공원에서 사흘간 노숙을 했다.

공장측이 전면 휴가에 들어간다며 근로자들에게 단돈 5만 원만 손에 쥐여준 뒤, 구내 식당, 기숙사까지 폐쇄했기 때문이다.

K씨 등은 1년에 딱 한 번 있는 휴가를 그냥 보낼 수 없어 평소에 가고 싶었던 해운대에 어렵사리 도착했지만, 이미 교통비로 돈을 다 쓴 터라 잠자리는 노숙을, 끼니는 컵라면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K씨는 "어렵게 해운대 해수욕장에 도착했는데, 모텔은 숙박료도 너무 비싸고, 식당에서 이유 없이 내쫓아 들어가지도 못하게 해서, 편의점 식료품으로 끼니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K씨 같은 처지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해운대에 몰리면서 여름철 성수기가 시작된 지난 주말 해운대 해수욕장 송림공원과 e-파란공원에는 외국인 천여 명이 노숙을 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들이 음식물을 먹고 공원바닥에 버리거나 목재데크를 넘어 잔디보호자리까지 들어가 잠을 청하면서 구청에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환경미화원들이 새벽에 청소를 하기 위해 노숙을 하는 외국인들을 깨우면,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다'며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여서 어찌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또, 해변에서 한 파라솔을 최대 열 명까지 사용해 파라솔 대여소 업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여소 관계자는 "일부 외국인들이 다른 해수욕객들을 유심히 보거나, 수영복이 없어 속옷 차림으로 활보하면서 인근에 다른 피서객들이 옆 파라솔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체 외국인 손님들에게 파라솔을 대여해주기가 꺼려진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외국인 인권 시민체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다른 피서객들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기본적인 해수욕장 질서를 안내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김그루 소장은 "해운대는 누구나 함께 즐기고 휴양할 수 있는 공간이고, 외국인 근로자들도 누릴 수 있는 동등한 권리가 있다"면서 "그들이 직장에서의 임금체불 등 경제적인 문제보다 생활 속에서 겪는 차별, 무시에 대해 상심하고 좌절하는 만큼, 우리 사회가 외국인 근로자도 사회 구성원으로 편견 없이 받아들여 피서지에서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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