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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색깔론' 강원도민 너무 얕봤다"
강원/정환우 기자 | 승인 2011.04.29 19:32|(19호)

지난 27일 치러진 재보선 결과, 최문순 강원지사는 엄 후보를 4.5%p 차이로 따돌리고 지사직에 올랐다.

   
사진= 4.27 재보선 개표결과 최문순 민주당 후보가 강원도지사에 당선이 확정된 후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에게 축하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북한과 인접해 '안보'에 유독 민감한 양구·인제·화천·고성·철원 지역에서도 최 지사가 앞섰다. '이광재 바람'에도 끄떡 않던 인제·화천·양구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최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최 지사는 화천에서 10표 차이로 승리했고, 인제에서는 5.8%p, 양구에서는 3.7%p 차이로 이겼다.

해당 지역은 지난 지방선거 때만해도 이광재 전 지사에게 패배를 안겨줬던 곳이다. 최 후보가 뒤진 고성(4.4%p)과 철원(3.4%p)도 지난 지방선거 결과(고성 15.4%p, 철원 14.4%p 차이로 패배)에 비해 격차가 확 줄어들었다. 전통적으로 안보를 중시하고, 선거에서는 여권 투표 성향을 보였던 강원도 휴전선 접경지역의 표심을 뒤흔든 건 대체 뭘까?

색깔론 꺼내든 엄기영, 재미 못봤다

"최문순 후보, 강원도지사가 되면 도의 통합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될 텐데 군과 함께 휴전선에 방문해서도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할 것이냐,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북한을 두둔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져 안타깝다." (4월 14일 TV 토론 중 엄기영 후보 발언)

"최 후보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문제제기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냐." (4월 18일 TV 토론 중 엄기영 후보 발언)

   
사진= 패배 인정하는 엄기영후보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는 지난 14일에 이어 18일 TV 토론에서도 '천안함'을 꺼내들었다. 엄 후보에게 '색깔론'은 최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카드이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기소 시점을 잘못 언급해 궁지에 몰렸을 때 내놓는 반전 카드이기도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당시 "엄 후보가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계속 천안함 얘기를 꺼내고 있다, 다시 색깔론이 제기되는 것에 개탄한다"며 "23년간 군생활을 하신 아버지 등 가족들의 군 복무기간을 합치면 70년"이라고 받아쳤다.

여기에 굴하지 않은 엄 후보는 '불법 콜센터' 사건이 발생한 근본 원인도 '천안함' 탓으로 돌렸다. 지난 23일 TV 토론에서 "최 후보가 지난 TV 토론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지게 말해, 지지자들이 이번에 반드시 나를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해) 전화홍보를 하게 됐다고 들었다"고 밝힌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꾸준히, 한결같이 '천안함·안보'의 색깔론 카드를 밀었다. 그러나 강원도민들에게 이는 '유효한 카드'가 아닌 '철 지난 카드' 였을 뿐이었다.

이 같은 표심은 선거 전 '밑바닥 민심'에서부터 드러났다. 후보들의 선거 유세 일정을 따라다니며 만난 태백·정선·영월·삼척·춘천·강릉 주민 80여 명 중 '천안함' 얘기를 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엄기영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이들도 대부분 "힘 있는 여당"을 강조했을 뿐 '안보'를 얘기하지 않았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앞날이었고, 강원도의 발전이었다. 이를 위해 강원도민들은 지난 50여 년 동안 충실했던 '안보론'을 버리고 "평화는 돈이다"를 얘기한 최 지사를 택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이 강원도 경제에 큰 타격을 준 것이 큰 이유였다. 당장 금강산 관광이 중단돼 직접적 피해를 입었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인제· 양구 등은 한 때 군인 외출·외박이 금지돼 지역 상권이 고사 직전에 몰린 터였다.

최 지사 캠프의 이영환 공보팀장은 "한나라당이 색깔론을 자꾸 언급한 것은 강원도민을 너무 얕본 처사"라며 "우리 쪽은 '접경지역'이라는 명칭조차 '평화지역'으로 바꾸며 강원도민들의 바뀐 의식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선거 이전인 21일, 최 지사는 "색깔론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며 "저 쪽에서 천안함을 운운할수록 '제2 개성공단'을 통해 강원도의 평화와 경제 성장을 이룩하겠다는 나의 공약이 더욱 부각될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색깔론'의 파급력이 낮아졌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기도 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번 선거에서 색깔론은 오히려 경제·정치에 관심이 많은 40대를 중심으로 정부 여당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보수적이고 안보를 중시하는 강원도에서조차 색깔론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향후 선거에서 북풍과 연관된 이슈로 상대 후보에게 흠집을 가하려는 전략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함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강원도 선거에서는 최 후보가 '70년 군 생활'을 얘기하며 색깔론은 끝났다"며 "최 후보의 진정성이 TV라는 감성적 매체를 통해서 잘 전달되면서 강원도민에게 '빈말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는 이미지를 줬고, 이것이 강원도 접경 지역의 보수적인 도민에게도 먹혔다"고 분석했다.

그는 "색깔론은 이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색깔론이 어느 정도 먹힐 수도 있지만 대응 방법에 따라 무력화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문순 "평화와 번영이 동시에 실현되도록 온 힘 다하겠다"

   
사진=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8일 오후 강원도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최 지사는 지난 28일 취임식에서 "평화 없이는 번영이 없다"며 "강원도는 특히 평화와 번영을 뗄 수 없다, 평화와 번영이 동시에 실현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 통일부 등에 금강산 관광 재개 요청을 강하게 드리겠다"며 "남북공동 제철소가 만들어지기만 하면 강원도 전체가 상당기간동안 부자가 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다, 때문에 제2 개성공단은 어떻게 해서든 성사시킬 각오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정환우 기자  wkdrhkdc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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