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의 이상한 석고대죄

5월19일 전북 전주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래 전무후무한 함거쇼가 벌어졌다. 함거속에 들어가 주저앉아 쇼를 벌린 주인공은 각본,연출,주연등 1인3역을 도맡아 완벽하게 자체 소화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정운천이다.

사진=정운천 전 최고위원이 전북도의회 현관 앞에 마련된 함거 앞에서 '용서해주십시요'라는 도민께 드리는 글을 쓰고 있다

조선시대 죄수를 이송하기 위해 수레 형태로 만든 이동식 감옥인 함거에다 혹여 주연배우를 모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손수 붓글씨로 조잡하게 '정운천','도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쓴 흰천을 함거 위 아래로 붙이는등 홍보면에도 꽤 신경을 쓴 일명 ' LH공사 전북유치 무산 석고대죄'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정운천 1인 석고대죄가 벌어진 전주시 덕진구 전주시 진입로에 위치한 호남제일문 현장에는 신문, 방송 기자들이 대거 출동하는등 야단법석이 일었다 한다.이들이 흰 한복차림으로 함거에 들어앉아 있는 정운천의 모습을 경쟁적으로 담아가 보도하는 바람에 전북도민은 물론 전국민이 석고대죄 퍼포먼스를 알게된 것이다.이로인해 정운천의 함거쇼는 행위의 진정성은 차치하고라도 홍보면에선 대박을 터트렸다는게 세간의 평가다.

정운천은 지난해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전북 도지사 후보로 출마하였을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주 혁신도시 이전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그 덕분이었는지 한나라당에게는 선거지옥이나 다름없는 불모지대인 전북에서 비록 낙선을 하긴 했지만 18.2%라는 경이적인 득표율을 기록하여 자신의 주군인 대통령 이명박과 소속당인 한나라당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명박 정권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입각한지 얼마 되지 않아 터진 쇠고기 촛불 시위정국에서 정운천은 이명박 정권의 야전 사령관으로 전면에 서서 좌충우돌하였지만 끝내 촛불바람에 밀려 감투가 떨어졌다.그러나 감투정신을 높이 산 이명박은 그에게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감투를 씌워주었다.

이러한 주군의 사랑에 보답하려 했었는지 정운천은 최고위원 감투를 정치적 밑천 삼아 자신이 호남에 한나라당 깃발을 꽂겠노라며 전북 도민이 오매불망,학수고대하던 'LH 이전' 당근 공약을 들고 호호탕탕 전북지사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선전은 했지만 낙선이라는 당연한 고배를 마신 것이다.

전북도민 우롱한 함거쇼

정운천은 이명박의 총애를 업고 'LH이전'공약을 들고 출마했던 만큼 비록 낙선으로 이명박에게 선물을 안겨주진 못했지만 LH전주 이전만큼은 믿어 의심치 않았던 모양이다.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달리 경남 진주로 이전이 확정되자 전북 유치가 무산된데 대해 도민들의 용서를 빌기위해 석고대죄에 나섰다는 것이다.

거적을 깔고 엎드려서 처분을 기다리는것도 대단한 일인데 함거에 스스로 갇혀 용서를 구하겠다니 이보다 더한 눈물겨운 본보기가 세상천지 어디 있겠는가.진정 책임정치의 일단을 보기 어려운 세상에 어찌 가상치 않으랴만 전북 도민들이 껄쩍지근한 표정으로 정운천의 진정성을 의심한 것은 다름아니다.

지방선거 당시 'LH이전'공약으로 도민들에게 기대감만 심어주고 그동안 뭐하다가 이제야 나타나 석고대죄를 하느냐는 것이다. 더 기분 나쁜것은 까냥에 함거속에 들어앉아 청와대를 향해 "LH유치 실패로 큰상처를 입고 실의에 빠져있는 전북도민을 위해 LH유치 실패에 따른 세수보전을 즉각 해주고 새만금 특별회계 및 새만금 개발청을 신설해 줘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전북 도민들은 전주 혁신도시로 오게 되어있던 토지공사를 공기업 효율성을 핑계로 주택공사와 통합시켜 잠자는 순한양 쥐도새도 모르게 코베어 가듯 탐욕적 영남패권 권력의 힘으로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을 확정해버린 탐욕적 날강도 이명박 패권집단을 상대로 불복종,혁신도시 반납등 사생결단식 투쟁에 나선 엄중한 상황이다.

그런데 세수보전및 새만금 개발청 신설 요구등 이명박 정권이 내놓은 대안을 앵무새 나팔불어 물타기하는 수법으로 투쟁전선에 오물을 끼얹고 나선다는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전주혁신도시의 지방세 90%에 해당하는 216억원 규모의 LH공사 진주 일괄이전으로 부족한 세수보전과 앞으로 당연히 설치가 예상되는 새만금 개발청 신설은 이명박정권이 전북 민심 달래기용으로 내놓은 것인데 이는 LH이전의 대안이 될수가 없다는게 일치된 전북여론이다.

LH공사 전북 유치는 지방세 증대에 도움이 되는것도 있지만 그보다 낙후한 전북으로서 전주 혁신도시 성공은 물론 국가 식품 클러스터 국책사업과 지역개발 기반공사를 위해 LH가 견인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활이 걸린 전북 최대 현안이자 도민의 숙원이었다.

이명박 정권 앵무새 그만두는게 진정한 석고대죄

그런데 정운천은 몇년못가 흐지부지될 세수 보전과 당연히 설치 되어야할 새만큼 개발청 설치라는 이명박 정권의 오리발 방침을 나팔부는 앵무새 정치적 석고대죄 함거쑈로 도민을 우롱하고 있으니 전북 도민들의 가슴이 터지는 것이다.

정운천의 꼴불견 함거쇼는 이명박 정권에게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 모르거나 알면서도 또 다른 감투가 주어지길 바라는 알아주기식 정치적 충성쇼 두가지 가운데 한가지다. 정운천은 자신이 이명박의 총애를 받은 몇 안되는 충복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나 필요할때 써먹고 이용가치가 사라지면 군대에서 통일화 폐품처리하듯 정치 고물상으로 내던져지는 정치 소모품,호남푸들 토사구팽에 불과할 따름이다.

정운천이 진정으로 LH공사 전주유치 실패에 책임을 느낀다면 진주로 일괄이전 확정 발표가 나기전에 청와대로 달려가 이명박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라도 전주이전을 끌어내 보였어야 했다. 그러한 노력을 했다는 근거도 없고 설령 물밑에서 그러한 노력을 벌였음에도 유치에 실패 했다면 정운천은 이명박에게 토사구팽에 불과한 소모품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세수보전,새만금 개발청 설치 맞장구를 친다는 것은 개인적 출세를 위한 얍삭한 점수따기가 아니냐 하는 것이다. 전북도민들은 비록 힘이 없어 두눈 뜨고 LH공사를 날강도 패권 집단에게 빼앗기긴 했지만 바보가 아니다. 정운천의 석고대죄 함거 이벤트가 꼴불견,도민우롱 정치쇼인줄 훤히 들여다 보고있다.

전북=임병술 기자  mbs23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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