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 최저임금안이 13일 표결을 통해 확정됐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공익 위원 선출 방식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섬에 따라 정부와의 마찰도 예상된다.

◆뒷맛 개운치 않은 협상 타결

자료=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의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은 내년 최저임금과 관련해 지난달 3일 처음으로 협상안을 내놓았다. 근로자 위원은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올해보다 1090원(25.2%) 인상한 시간당 5410원을,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동결안(4320원)을 제시했다.

이후 근로자 위원은 회의를 거듭하며 인상폭을 1000원→467원→460원으로 수정했다. 사용자 위원도 30원→125원→135원 인상안을 제시하며 이견을 좁혀나갔다. 그 사이 공익 위원은 4580∼4620원 구간을 조정안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은 각각 4780원과 4455원을 수정안으로 내놓은 뒤 팽팽하게 맞서다 325원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1일 양측이 동반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결국 내년 최저임금안은 일부 위원이 빠진 상태에서 표결에 부쳐 13일 새벽 확정됐다. 그러나 노동계는 사회적 합의가 아닌 날치기 통과라고 비난하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 위원들과 함께 사퇴를 선언하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사용자 위원들이 이날 회의에 은근슬쩍 참석해 공익 위원들과 내년 최저임금을 처리한 것은 국민을 속인 것이라는 비난도 쏟아내고 있다.

◆제도 개선 요구 목소리 커져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 재난·사고 피해자 등에게 돈을 지급할 때 그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활용하는 법률이 14개에 이를 정도로 최저임금이 사회 여러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 때문에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저임금 협상 때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하지만 노사 양측의 힘겨루기와 반발이 매년 되풀이됨에 따라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미경 의원(민주당)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며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동계도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전체 노동자 임금평균의 50%로 전제하고, 사업별로 액수를 달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올해 국회에 상정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 제도에 만족하고 있어 노동계와 갈등이 예상된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노·사·공익 위원들이 옥동자를 낳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진통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국제노동기구(ILO)는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위원회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고 현 제도를 두둔했다.

서울=정환우 기자  wkdrhkdc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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