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지역 한 산골마을 주민들의 섬김을 받다가 강풍에 쓰러진 400년 묵은 전나무가 장승으로 만들어져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됐다.

영동군 상촌면은 지난해 3월 상촌면 흥덕리 마을 어귀서 강한 비바람에 꺾인 거대한 전나무를 5ｍ 높이의 장승 한쌍으로 깎아 면소재지로 들어서는 길목인 노인회관 마당에 세웠고 오는 9일 장승제막식과 마을잔치를 함께 열기로 했다.

높이 50ｍ, 밑동둘레 6ｍ의 거목이던 이 나무는 6개월여간의 건조과정을 거친 뒤 목공예가 김종협씨(영동 해성공방 대표) 손을 통해 장승으로 태어났으며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생명의 고장이라는 의미를 담아 ‘태고의 신비, 생명의 쉼터’라는 문구를 가슴에 새겨 넣었다.

주민들은 이 나무가 생을 마감하기 전 액운을 막고 한해 농사를 보살피는 신목으로 믿고 정월 대보름과 추수 뒤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 제를 올리는 등 정성을 다해 섬겼다.

자식을 낳지 못한 부부가 이 나무를 찾아 지성을 드리면 아들을 점지해준다는 전설이 전해오며 늦은 밤 몰래 나무 밑을 찾아들어 간절하게 빌고 가는 부부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주민들은 이 나무가 쓰러질 때 인근 주택 2채를 덮쳤지만 지붕과 창고 건물 일부만 망가뜨렸을 뿐 인명피해를 전혀내지 않은 것도 영험하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로 인해 쓰러진 나무 앞에 모여 영혼을 달래는 술잔을 올린 주민들은 “면민들을 위해 좋은 용도로 써달라”며 부러진 몸통을 면사무소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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