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나의 잘못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지만 재기의 꿈이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어요. 5년 후엔 멋있는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아내와 자녀 2명과 함께 처가에서 살고 있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가장인 김모(38)씨. 10여년 전부터 보험사 영업을 해온 김씨는 신용카드 대출까지 받아가며 뛰어다녔지만 이 빚을 갚기 위해 다른 카드로 대출을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실제로 쓴 돈은 3천여만원인데 카드 돌려막기로 이보다 3배인 9천만원의 빚을 지고 몇년 전부터 생활고에 시달렸다. 결국 자신의 통장 등을 모두 해약해 6천만원을 갚고, 지난 2004년 개인회생을 신청한 김씨는 이후 매달 45만원 정도 20회 이상 변제해가며 재기를 모색했다.

하지만 영업실적 저조와 주변의 따가운 시선으로 결국 실직한 후 법원에 변제금 하향조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개인회생을 지난해 중도에 포기했다. 카드 이자 등이 소급되면서 빚은 오히려 3천500여만원으로 늘어 이제는 다시 일어설 엄두도 못내고 있다.

김씨처럼 부산지역 경기침체 속에 '빚더미'에 파묻혀 신음하는 시민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이 벼랑 끝에서 희망을 붙잡을 수 있는 대표적인 선택은 개인회생제도. 개인파산과 달리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5년 동안 성실히 갚으면 빚을 탕감해주기 때문이다.

30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9월 제도 시행 이후 부산지역 개인회생 신청자는 이듬해 6천165명으로 전국 4위, 2006년 8천831명으로 전국 1위, 지난해 7천83명으로 전국 2위를 기록하는 등 전국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개인회생 제도는 까다로운 절차와 경제적 약자를 오히려 악용하는 대리인, 중도포기 후 더 많아진 부채 부담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희망자들의 가슴에 상처만 남기고 삶의 마지막 희망마저 꺾어버리기 일쑤이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며 한달 겨우 80만원을 받는 박모(31)씨는 이혼하고 아이 1명을 키우고 있지만 카드 빚 등 4천여만원을 갚지 못해 최근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가 법원이 자신의 변제금액 신청액 월 13만원보다 많은 20여만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고민하다 오히려 파산을 신청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부도를 맞은 최모(50)씨는 딱 한 달만 쓰고 갚을 생각으로 대부업체로부터 100여만원을 빌렸는데 1년도 채 안 돼 원금과 이자가 1억원 이상 불어나 어렵게 다시 빌린 100여만원을 법원 근처에서 만난 한 대리인에게 주고 개인회생을 준비하던 중 대리인과 연락이 두절돼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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