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에서 분청사기 가마터 4곳이 파헤쳐진 채 발견돼 현장. 원안은 가마터에서 발견된 분청사기 파편들. 영광군청 제공


영광 분청사기 가마터 4곳에서 도굴 흔적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9일 영광군과 영광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백수읍 길용리 야산에 있는 분청사기 가마 터 4곳이 약 1ｍ 깊이로 파헤쳐져 있는 것을 인근 주민이 발견해 군 문화관광과에 신고했다.

가로 1m, 세로 3ｍ 크기의 이들 구덩이는 고려말에서 조선초 분청사기를 굽던 가마터로 추정돼 전남도가 유물 산포지로 지정한 곳이다. 전남도는 2002년부터 관내 문화유적 분포지도 제작 사업을 벌여 대부분의 시ㆍ군에서 유물 등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역을 유물 산포지로 지정하고 이들 지역에서는 함부로 땅을 파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파헤쳐진 채 발견된 가마터의 경우 굴착 등의 사전 신고가 없었으며 지난해 11월만 해도 현장에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군은 도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현장 조사 결과 누군가가 유물이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 땅을 판 것으로 추정된다"며 "도굴범의 소행인지 판단하기 위해 토지 소유자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목포대박물관과 용역을 체결해가며 유물 산포지를 조사해 둔 영광군은 처음으로 발생한 도굴 사건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대한 지역에 흩어져 있는 유물 산포지를 일일이 감시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 가치 있는 유물들이 도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영광군 관계자는 "사유지라도 유물 산포지로 지정된 곳에서는 땅을 파기 전에 관할 군청에 신고한 뒤 문화재청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며 "지역에 흩어져 있는 유물 산포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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