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4개월여 만에 다시 만났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실시 이후 25년 만에 탈당하지 않은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 간 첫 회동인 만큼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비공개 회담에서 박 당선인은 민생 예산의 국회 처리를 위한 협조를 구했고 이 대통령은 협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옅은 브라운 바지 정장 차림의 박 당선인은 오후 3시께 경호차량인 검은색 벤츠S-600을 타고 청와대 본관 1층 현관에 도착했다. 박 당선인이 내린 하차지점은 대통령이 출·퇴근하는 곳으로 청와대 측에서 경호·의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박 당선인이 차에서 내리자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김대기 정책실장, 최금락 홍보수석비서관이 맞았다. 박 당선인이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이 대통령이 환한 표정으로 “추운데 빨리 들어와요. (당선을) 축하해요”라고 말했다. 이에 박 당선인도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하며 이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환담장으로 이동했다.

공개 회동에선 화기애애한 말들이 오고 갔다. 이 대통령이 당선 후 건강관리에 대해 물었고, 박 당선인은 “쪽방촌을 방문했다”며 민생 얘기로 전환했다. 박 당선인은 “선거 때 여기저기 다녀보면 경기가 침체돼 있고, 서민의 어려움이 많은 것을 봤다”며 “강추위 속에 전력수급 등 대통령께서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안전, 재해 등등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오후 3시10분부터 약 40분간 진행된 비공개 단독 회담에선 민생 예산 문제가 주로 논의됐다고 조윤선 인수위 대변인은 전했다.

조 대변인은 “박 당선인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소한의 예산을 민생예산으로 책정했으니 이 예산이 통과돼야 국민들께 한 약속을 실천할 수 있다. 반드시 통과되도록 대통령과 정부의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박근혜 민생 공약 예산 6조원’에 대한 협조를 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조 대변인은 “국회에서는 하고 싶어하는데 정부가 더 늘려주지 않는 게 현안이었지 않느냐”며 “(협조 요청을 한 것은)기획재정부에서 반대하는 예산항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0~5세 무상보육과 대학교 반값등록금 예산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와 함께 정권 인수인계 문제와 안보 등의 이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복 기자  jungbok1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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