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애그플레이션 시대의 식량안보'

삼성경제연구소 '애그플레이션 시대의 식량안보'

1. 농산물 물가상승: 애그플레이션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

최근 곡물 및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의 진원지. 2007년 초부터 국제 곡물가격이 급상승하여 전세계적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 2007년 1월에서 올해 1월까지 대두 95.8%, 밀은 79.9%, 옥수수는 25% 상승.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미국이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자글로벌 유동성이 곡물 및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가격이 급등. 작년 9월 이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걸쳐 총 2.25%p 인하. 금리 인하로 인해 올해 들어서도 밀 옥수수, 대두 등의 곡물가격이 급등하며 사상최고치를 기록.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은 식품가격 전반의 상승을 유발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Inflation)을 촉발된다.


주요 곡물 국제가격 추이

곡물과 식품 가격상승은 서민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 서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소요 사태가 발생할 정도. 올해 1월에 국제 콩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하자 인도네시아 식품회사들이공장가동을 중지하여 노동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임. 방글라데시에서는 주식인 밀가루 가격 급등으로 공급이 부족해지자 서민경제 불안이 지속. 멕시코에서도 작년 초 옥수수로 만든 전병인 또띠야 가격이 급등하자국민들이 시위를 벌렸으며 멕시코 정부는 가격 상한선까지 설정되었다.

한국에서도 애그플레이션이 진행중


국내 소비자· 수입 물가지수 추이

제분업계는 밀가루 가격을 올리는 등 식품가격 상승이 본격화. 지난해 12월 제분업계는 밀가루 가격을 24∼34% 인상하였으며 올해도추가적인 가격인상을 검토. 밀가루를 이용한 가공식품도 가격상승 임박. 라면, 국수류가 10%대, 제과업체는 20% 이상의 인상을 검토. 식품관련 소비자 및 수입 물가지수 상승. 올해 1월 식료품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9% 상승. 작년 12월 달러기준 농산물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5.8%, 전월대비5.9% 상승. 식음료품 수입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17.4%, 전월대비 2.8% 상승했다.

2. 애그플레이션의 원인과 전망

수요, 공급, 거시변수가 복합적으로 영향

애그플레이션의 배경에는 수요, 공급, 거시경제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있으나 수요 요인이 장기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 수요측면에서는 신흥국들의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주식이 잡곡에서 쌀, 밀가루, 육류로 변한 것과, 바이오 연료용 곡물 수요 증가가 주요 요인. 중국 등 거대 신흥경제국의 고성장 지속으로 인한 육류소비 증가 및 바이오 연료용 곡물수요 증가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 중국은 '85년 1인당 20kg의 육류를 소비했으나 '06년 50kg으로 급증. 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8kg의 곡물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중국 및 신흥국의 육류소비 증가는 사료용 곡물 수요확대의 주요인. 미국은 옥수수 생산의 1/3을 바이오 연료에 사용하고 있으며, '07년 전세계곡물재고량의 반인 3,000만톤의 옥수수가 추가로 바이오 연료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미국 바이오연료 생산과 옥수수 사용 전망

기상이변으로 인한 공급감소, 주요 식량수출국의 식량자원주의 확산, 바이오 연료의 생산증가로 식량· 사료용 곡물 공급 감소 초래. 호주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밀생산이 '05-'06 곡물년도에 2,500만톤에서 '06-'07 곡물년도에는 980만톤으로 급감했다 .

바이오 연료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 재배 면적 확대로 밀·대두 재배 면적 감소. 미국의 금리 인하로 인한 달러화 약세로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되었던자금이 곡물 및 원자재 시장에 몰려들면서 단기간 가격이 급등. 유가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물류비 상승도 곡물가 상승압력으로 가세되었다.

단기적으로 가격상승은 지속될 전망

'07-'08 곡물년도에는 대부분의 농산물의 생산 및 재고량이 감소하여 가격의 추가상승 요인 상존. 미국 농무부는 '07-'08 곡물년도에 옥수수와 쌀의 공급은 증가, 밀과 대두의 공급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 옥수수는 -1.6%, 대두는 -2.3% 만큼의 공급 감소가 예상되는 반면 옥수수(3.7%)와 쌀(0.4%)은 증가 했다.

'07-'08 곡물년도의 소비는 '06-'07 곡물년도 증가보다 더 큰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 특히 옥수수와 대두의 소비가 각각 5.2%, 4.8% 증가. 가격에 민감하게 영향을 주는 기말재고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대두와 밀의 기말재고량은 각각 25.7%, 12.3% 감소할 전망이다.

주요 농산물의 가격은 '08-'09 곡물년도를 기점으로 하락하나 과거에 비해 절대 가격수준이 높아 애그플레이션이 지속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08-'09 곡물년도 이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밀과 옥수수를 비롯한 조곡은 '08-'09 곡물년도에 각각 전년 대비 3.4%,0.8% 하락하고, 쌀의 경우 '09-'10 곡물년도에 3.5%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08-'09 곡물년도 이후 국제곡물가격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01-'06년 평균가격에 비해 20~36% 이상 높게 유지될 것이다.

3. 식량안보의 중요성 및 정책적 시사점

애그플레이션 시대에도 식량안보 기반은 부족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8%로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식량안보 수준이다. 9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UR) 이후 식량자급률은 급격히 하락하여 2000년대 27~31% 수준을 유지. 사료용 제외시 2006년 곡물자급률은 53.6%이나 쌀을 제외시 5% 수준이다. 축산· 육류는 2000년대 70%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쇠고기의 경우 48% 수준.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중 3번째로 낮은 수준. 주요 곡물수출국인 호주(280%), 프랑스(191%), 캐나다(164%)는 물론이고, 공업국으로 알려진 독일과 스웨덴도 곡물자급률이 각각 126%,120%로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곡물 가격 전망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세를 도입하거나 수출량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높은 가격을 주더라도 식량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 증가할 것이다. 러시아는 보리, 밀에 각각 30%, 10%의 수출세를 부과해 수출을 규제(2007년 11월 ~2008년 4월). 수출이 일정량을 넘어서면 밀의 수출세를 40%까지 재인상할 가능성. 곡물 생산국인 우크라이나도 밀, 옥수수, 콩 등에 수출한도를 설정해 규제 (2007년 11월~2008년 3월)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1월부터 쌀ㆍ옥수수ㆍ밀가루 등 식량에 대해 잠정적으로 5∼25%까지 수출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 아르헨티나도 국제가격 급등에 따른 과잉수출을 막기 위해 옥수수(2006년 11월~), 밀ㆍ밀가루 (2007년 3월~)에 대해 수출 승인 등록을 정지ㆍ소고기에 대해서는 2005년 수출량의 50%까지로 수출한도를 설정했다. 70년대 식량위기 시 미국은 대두 수출을 금지하였으며 유럽 국가들도 '75~'76년에 곡물 수출을 제한- 중국, 인도 등 거대경제권의 성장으로 인한 소비 증가도 안정된 식량자원 확보에 위협요인이 된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급률 제고를 위해 노력할 필요하다.

효율적으로 곡물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10), 다양한 정책목표를 설정할 필요. 밀, 옥수수, 콩의 자급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100%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는 쌀의 자급기반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여타 자유무역협정(FTA)와 다자간의 도하어젠다(DDA)가 타결된 이후에도 식량안보 측면에서 쌀의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필요하다. 생산량 확보와 생산단가 인하를 위해 경쟁력 있는 농지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병행. 예를 들어 새만금 개발시 공장, 서비스 지역 이외에 충분한 농지 확보에도 유념할 필요하다.

기타 곡물자원 중 밀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 수단. 곡물자급률 1%p 상승에 필요한 비용은 밀의 경우 1,539억원, 콩은4,997억원, 옥수수 1,298억원으로 추정. 상대적으로 수입단가가 높고 식용으로 사용되는 우리 밀의 생산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 방향이다.

소비측면에서도 쌀 위주의 한국식 식생활을 늘려서 국산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식량수입을 줄일 수 있도록 경제적인식품소비 생활을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식품공급량의 1/3 정도가 폐기될 정도로 비효율적 소비가 문제이다.

안정적으로 곡물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외 농업자원 개발과 정책도 적극 고려. 식량자원의 안정된 확보를 위해 해외농업생산기지 개발을 추진. '96년에서 '05년까지 미국과 중국 등 17개국 농업부문 해외직접투자(FDI)에 8,758만 달러를 투자하였으나 성과는 미진. 일본은 대두와 채소류 생산기지를 연해주에 구축. 남미, 동남아시아, CIS 지역을 대상으로 해외 곡물생산 기지 운영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조직적 협업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세계 곡물시장에서 유통 장악력을 높이는 노력도 요구. 일본은 곡물유통을 국가 전략 산업화하여 주요 수출국의 곡물 유통기반시설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곡물 확보. 국제곡물가격 불안정성 심화에 대응하여 선물시장 이용도 제고. 한국은 수입물량의 30%만 선물시장을 이용하여, 가격변동 위험이 커질 애그플레이션 시대의 불안정성에 노출. 대형식품기업과 농산물유통공사 등의 주요 수입주체들은 수출국의 유통기구와 선도거래(Forward Contract)를 확대할 필요하다...김화년 수석연구원

권기민 기자 peperlov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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