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경찬 씨의 첫 번째 신간 <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는 도대체 석탑은 왜 세워졌으며 부도는 무엇이고 석등은 왜 만들어졌는지 등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해 시원한 정답을 내놓는다.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사찰기행’ 강좌를 맡았던 인기강사답게 마치 눈앞에서 사찰의 모든 것을 족집게 강의하듯 콕콕 집어낸다. 대중적 언어사용과 시원스러운 사진은 불교를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사찰은 들어서는 입구의 작은 징검다리 하나에서 부터 대웅전은 물론 해우소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그냥 지어진 곳이 없다.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사찰의 건축양식보다도 처음 그 사찰을 지었던 마음, 사찰 안 곳곳에 담긴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읽으라”고 조언한다. 사찰은 부처님을 모신 집이기에 그 어느 건물보다도 정성이 듬뿍 들어가 있으며 아직까지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자 스님들과 대중들이 공부하는 현재진행형 도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산사 입구의 작은 다리 하나, 천왕문, 공양간, 해우소, 법당 마당에 놓인 연꽃무늬 기왓장까지 소홀히 다루지 않고 직접 발품을 팔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바를 소소하게 적어 해설하고 있다. 이외도 스님들의 공부법이나 새벽 도량송, 참선, 공양, 취침으로 이어지는 절의 24시간 등 무형의 것들에도 저자는 동일한 비중을 두어 다룬다.

기존의 사찰 안내서가 단순한 기행이나 양식사 중심의 서술에 머물러 있다면 이 책은 사찰을 신앙 현장의 대상으로 소개한다. 이는 “살아 움직이는 것이 문화”라는 저자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사찰이 “박물관이나 민속촌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사찰은 대중이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도량입니다. 그러한 도량 안에는 어느 것 하나 그냥 있는 것은 없습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것도 다시 보면 훌륭한 가르침을 던져줍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다 년간의 강의와 답사를 통해 저자가 직접 밝혀낸 ‘불보살님의 명호 아는 방법’과 ‘삼존불 배치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은 이 책만의 독창적 성과여서 책의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저자 목경찬은 우리가 문화유산 답사를 할 때 흔히 사용하는 관용어인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질색한다. 그 말은 “아는 것 너머를 볼 수 있는 힘”의 가능성을 무시한 말이라는 생각에서다. 기존학자들의 의견을 참고하되 틀에 얽매이지는 말자는 의미다.

“자기 눈으로 보는 것이 제일 정확합니다. 자동차를 타고가면 편안하기는 하겠지만 그동안 놓치고 잃어버리는 것이 많습니다. 사찰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형식적이고 문헌학적인 근거가 없다면 상상력에 바탕을 둔 의미부여가 때론 사찰을 제대로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찰에 깃든 의미가 고정화되는 것을 반대하는 그는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이 책을 통해 심신의 피로를 풀고 새로운 삶을 설계할 것을 당부한다.

“사찰은 수행과 신행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도시생활에 치진 현대인들의 심신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왕 사찰 방문하는 거 시간에 쫓겨 남들 하는 것만 하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법당에 앉아 상상력도 발휘해보고 법당 뒤편과 사찰 구석구석 숨어있는 것들에도 관심을 가져보십시오. 삶이 달라질 것입니다.”

저자 목경찬(42, 법명 유현)은 동국대 불교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후 다년간 한겨레신문 문화센터에서 ‘사찰기행’ 강좌를 맡아왔으며 현재는 여러 불교대학에서 불교교리 및 불교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저 절로 가는 사람’이라는 카페(cafe. daum.net/templegoman)를 개설해 사찰 문화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며 불교문화 대중화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불교학자 목정배 교수가 작은 아버지이기도 하다.

권기음 기자  peperlov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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