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귀환이 당초 예정인 12일에서 하루이틀 정도 연장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현 회장에 대해 사전에 약속하지 않은 개성공단 등 경협 사업에 대한 새로운 요구사항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현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면담 성사는 초읽기 상태이지만 개성공단 억류자 유모씨 석방에 대한 기대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면담 왜 늦어지나

=현 회장의 방북이 연장된 것은 당초 11일로 예정됐던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때에는 당일 오후 면담한 바 있어, 현 회장과 면담 시기를 늦춘 배경에는 뭔가 의미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유씨 석방이란 대남 선물(?)을 덥석 주기보다는 좀더 시간을 끌면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유씨 석방 절차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서도 의견 차이가 있는 것 같고, 북측이 사전에 합의되지 않았던 새로운 요구사항을 내놓은 부분들에 대해 현 회장이 즉답을 못주면서 면담이 불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씨 석방 가능성 아직 반반

=현 회장과 김 위원장 간 면담이 늦춰지면서 유씨 조기 석방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 측 대북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클린턴 방북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채 북측은 남측 인사 만나는 것이 클린턴 방북에 대한 선전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면담 가능성을 약간 부정적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의 손에 들려진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북한의 기대에 못 미쳤을 것이고, 이 때문에 면담이 성사되더라도 남북관계 진전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현 회장이 올라갔을 때 북은 현대아산 말고 남측 정부의 보따리를 가져오길 바랐을텐데, 그게 북한 기대에 못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북측의 새로운 요구사항은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해 사업자인 현대아산에 2, 3단계 토지임대료 지급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씨 석방을 갖고 귀환해야 하는 현 회장의 처지를 북한이 잘 알고 있는 만큼, 무리한 요구를 통해 현대아산을 이 기회에 확실하게 길들이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김규철 남북경협시민연대 대표는 "북측은 그동안 개성공단 총 면적 2000만평에 사용에 대해 현대에 너무 싸게 줬다고 말해왔다"며 "2, 3단계 추가사업과 관련해 약 3억달러 가량의 토지임대료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유추했다. 현대아산 등은 지난 2004년 북한에 1단계 사업부지 100만평에 대한 10년간 토지사용 대가로 1600만달러를 지불했었다. 평당 16달러로, 이를 2000만평을 적용하면 약 3억2000만달러로 추산된다.

다만 북한이 본래 최고 통치권자인 김 위원장의 외부인사 면담 일정을 사전에 잡지 않는다는 점, 당초 무박1일로 예정됐던 클린턴의 방북 일정을 북측이 요구해 1박2일로 연장시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드시 돌발 변수 때문은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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