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28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 적십자회담은 무늬만 적십자 회담일 뿐 사실상 당국간 회담의 성격을 띠고 있다. 협상테이블에 앉은 남북 대표단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 당직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표단은 회담 의제를 추석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적 지원 문제로 한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회담의 진행과정 및 결과에 따라 북한에 거의 한달째 억류중인 연안호 송환 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다른 현안에도 직접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북측 대표단을 보면 단장인 최성익 적십자사 부위원장은 2개의 직함을 더 갖고 있다. 그는 북한 노동당 산하 공식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책임참사이자, 민족화해협력위원회 부회장이다. 역시 회담장에 함께 나온 박용일 적십자사 중앙위원도 조평통 서기국 참사를 겸직하고 있다.

남측 대표단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회담 테이블에 앉은 3명의 남측 대표 중 한 명인 김의도 적십자사 남북교류실행위원이 통일부 정책실 이산가족과장을 맡고 있는 현직 정부 당국자이기 때문이다. 대표단 구성면에서 봤을 때, 이번 적십자 회담이 민간 성격보다는 당국간 회담 성격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북측 대표단장인 최성익이 지난해 6.15행사 때 했던 말이다. 그는 당시 "남측 당국이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인정하면 북남 당국간 경색 국면이 풀리겠지만 그렇지 않고 거부한다면 일절 북남 당국자의 관계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도 6.15선언을 근거로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는 대신 쌀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우리 대표단은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 문제를 강력히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남측 김영철 단장은 26일 금강산 회담장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도 이산가족 및 인도적 지원 문제에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말해 납북자 문제와 인도적 지원을 연계시킬 뜻임을 시사했다.

물론 북측은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 문제를 쉽사리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대신 북측은 억류중인 연안호 석방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또는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남측 당국에 유감의 뜻을 표하며, 현대그룹과 아태평화위원회가 합의한 내용대로 금강산 관광을 조속한 시일내에 재개하자고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번 회담에서 양측의 입장 조율의 융통성에 따라 남북간 풀어야 할 현안들이 일거에 해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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