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집계한 작년 노동조합 총연맹(노총)의 규모는 한국노총 72만5천명, 민노총이 65만8천118명이기 때문에 공무원노조가 가세하면 민노총이 제1노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1노총은 정부가 구성한 각종 위원회에 더 많은 근로자 위원을 참석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민노총 관계자는 "안건이 가결된다면 1노총이 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조합원 수도 수지만 공무원 노조로부터 거둬들일 수 있는 맹비 또한 만만찮을뿐더러, 민노총으로서는 정치투쟁에만 몰두하다 국민의 버림을 받았다는 비판도 잠재움으로써 최근 탈퇴 사업장이 부쩍 늘고 있는 상황에서 겪고 있는 ‘민노총 위기설’을 벗어나는 계기도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공무원 노조는 왜 민간부문은 물론이고 공기업 노조들도 떠나는 난파선쯤으로 보이는 민노총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일까? 국민의 생각과 시대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겠다는 것이냐고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말이다. 외형상으로는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현재 민노총에 가입돼 있는 전공노와 가입되지 않은 민공노 및 법원노조의 일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을 추진하는 이들 3개 노조는 원래 전공노라는 이름의 단일 노조였다가 2007년 분리된 조직으로 이번에 다시 합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현행 법은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노조가 파업 등 실력행사를 하면 법 위반이 되지만 민노총이라면 틀림없이 산하 조직을 동원해 공무원노조를 지원하는 투쟁 판을 벌여 줄 것이며, 공무원노조는 위법행위를 하지 않고도 단체행동권에 버금가는 투쟁수단을 가질 수 있다는 공무원노조 지도부의 이기적인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조직면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공무원노조는 민노총의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노총 소속인 전공노에서 민노총에 납부하는 맹비가 6억원 정도라고 하는데, 3개 공무원노조가 통합돼 민노총 산하로 들어갈 경우 그 규모가 한 해 27억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행안부 관계자는 밝혔다. 민노총 올해 예산 86억원의 31%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이처럼 정부가 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는 공무원들이 민주노총 예산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지만, 같은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는 전교조나 전공노가 민노총에 가입한 것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처럼 현행 노동조합법상 단위노조의 상급단체를 선택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에도 우정사업본부 직원 등 공무원노조협의회 소속 3만5000여명이 가입돼 있지만 정부·여당이 문제 삼은 적은 없다는 것도 역시 걸림돌이다. 정치행위를 하는 상급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라는 정부·여당의 논리가‘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인 것이다. 

또한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불법행위를 가정해 상급단체 가입을 금기시하는 것은 법률적 타당성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가입 후 현행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다면 불법성 문제는 그때 가서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작 행정안전부가 조합원들이 근무시간에 투표를 하거나 투표를 독려하는 행위 등을 엄단하기로 하고 광역과 기초 지자체별로 복무 감찰반을 운영해 업무를 방해하는 조합원은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공언했지만, 합법적인 노조 운영상 필요불가결한 활동으로 근무시간 중에 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면 단체협약·취업규칙에 없거나 사용자의 사전승낙이 없더라도 (조합활동이) 허용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역시 무리수라는 점에서 두고두고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보수우파의 우려가 실제 행동화되면서 민노총과의 고소전으로 나타나기도 하여 보혁갈등이 되고 있다. 지난 11일 경남포럼21(대표 최경석)은 <경남신문>에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을 강력히 반대합니다"는 제목의 광고를 낸 뒤 지난 주말 사이 창원과 마산, 진해 등 지역 곳곳에 "공무원노조 정치세력화 절대 반대한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민노총 경남본부는 지난 17일 "공무원 노동자들의 자주적 상급단체 선택권을 침해하고 민주노총의 명예를 훼손하는 비방행위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과 함께 6개 관변·보수단체 대표를 명예훼손 등으로 창원지방검찰청에 고발하고 민사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들은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있는 관변단체까지 나서 공무원노조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기 위해 민노총에 대한 흑색비방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일부 관변단체들의 천박한 노조관과 저급한 인식을 규탄함과 동시에, “아무리 대통령, 검찰총장, 법무장관 지명자, 대법관 지명자까지 반서민적인 '위장전입'이라는 불법을 자행하는 범법정권이라고 해도 더 이상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와 노동탄압 등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정부에까지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정부는 속수무책인 가운데 강경대응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는 보혁갈등으로 비화되는 가운데 노조 내부에서도 민노총 가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전공노 산하 중부권 3-4개 지부에서 "민노총 재신임 투표냐"며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민노총에 가입된 전공노로부터 나타나고 있는 내부반발과 이로 인한 저조한 투표열기에 더해 정부의 강력한 경고가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상황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공무원 노조와 민노총도 강력한 드라이브 정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