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새벽 5시께 최 모 할머니(72)는 용돈 벌이를 위해 손수레를 끌고 폐지를 모으러 나섰다. 때마침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앞 횡단보도를 속도를 높여 질주하던 승용차는 어두운 옷차림으로 무단횡단을 하던 노인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뺑소니 사고였다. 최 모 할머니는 복합골절로 아직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교통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밤이면 차량이 속도를 높이는 간선도로, 도로와 인도 경계가 불분명한 지방도로 등에서 노인들이 당하는 보행자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보행중 사망자 2137명 중 노인 비율은 42.3%(903명)에 달한다. 사망 확률이 높은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는 일은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2008년 보행자 교통사고 중 16.6%가 노인들이었다. 2004년 14.5%에서 2005년 15.1%, 2006년 15.2%, 2007년 16.2%로 수년째 늘어나는 추세다. 총 보행자 사고 발생건수가 2004년 5만367건(사망 2581명)에서 2008년 4만8312건(2137명)으로 최근 5년간 소폭 감소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노인층 보행자 사고 증가세만 완연하다.

사고 원인을 들여다보면 무단횡단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2008년 노인 교통사고 유형 중 횡단 중 사고는 16.5%를 차지했고, 사망자 비중은 무려 31.4%에 달했다. 차도나 길 가장자리, 보도 통행 중 발생하는 사고를 포함하면 비율은 34.3%로 높아지고, 사망자는 절반이 넘는 51%를 기록했다.

최근 무단횡단을 방지하고자 중앙분리대와 방어 울타리를 설치하고 있지만 교통 법규를 잘 지키지 않는 이들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현장 경찰들은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 보행 습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중곤 서울 마포경찰서 교통과장은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서 교육을 하고, 보행신호 시간을 늘려주고, 함께 길을 건너는 정도"라며 "가족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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