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개인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문석기자

ㆍ“부자 감세정책, 제대로 안돌아가니 욕먹는 것”

ㆍ세종시 민원? 내가 가서 들쑤실 일 없죠

ㆍ내년 은평 출마?지금은 전혀 생각 안해요

ㆍ‘소통령’이라고요? 현장에 답있다는 게 내 철학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역시 역동적이다. 그는 취임 한달 만에 국민권익위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켜 놓았다. ‘1일 1현장’을 표방한 소위 ‘광폭 행보’는 야당으로부터 소통령 등의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위원장은 “지금껏 정치인 12년 하고 살아오면서 철학 중의 하나가 답은 현장에 있다는 거다”라는 말로 앞으로도 ‘현장 행보’를 가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이명박 정권 탄생의 1등 공신이고, 여전히 일거수일투족이 여권 내부를 긴장시키는 ‘실세’ 이재오에게 국민권익위원장은 무엇인가.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이 위원장의 개인사무실에서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의 소관 사항뿐 아니라 주요 현안에 대해 자신에 찬 어조로 거침없이 의견을 토로했다. 인터뷰는 양권모 정치부장이 진행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첫째는 운동 때문이고, 둘째는 정부에서 녹색성장을 추진하는데 자전거 타면 공해를 줄일 수 있다. 이제 날이 추워지면 버스로 다니려고 한다.”

-최근 고위공직자에 대한 청렴도 평가 및 공개 방침을 밝혔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가.

“고위공직자라 함은 법에 장·차관, 군 장성, 경찰 경무관 이상, 광역자치단체장, 판·검사, 국회의원이라고 나와 있다. 공기업, 공공기관,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등 몇개로 나눠 그 그룹 내에서 청렴도를 A, B, C, D 등급별로 평가하겠다.”

-그럼 고위공직자 개인 순위는 공개 안하는 것인가.

“그것은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국토해양부와 코레일 공무원을 어떻게 비교하나.”

-청렴도 평가에 대한 공직사회의 반발이 있을 텐데.

“대다수 거리낄 게 없는 공무원은 반발이 없을거고. 뭔가 켕기는 사람들은 그런 소리 하겠지.”

-공직자 부패를 전담 조사하는 별도기구 설치에 대한 입장은 뭔가.

“지금은 검찰 비리가 있으면 검찰에 고발을 해야한다. 자기네들이 저지른 비리를 자기들에게 고발하는 꼴이다. 권력형·공직자·토착 비리를 수사하는 전담기구는 별도로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유사한데 당시 야당 때는 이 위원장이 앞장서 반대하지 않았나.

“여기와서 보니까 그것은 해야겠다. 전 정부에서 할 때에는 야당의원을 빼가고 하면서 우리가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런데 지금 야당탄압하려고 수사기구를 만들겠나.”

-그럼 어디에 설치해야 하나.

“검찰에 두든, 법무부에 두든, 대통령 직속으로 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권익위에 둘 필요도 없다. 검찰에 두더라도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 답변에서 권익위의 대통령 직속화를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권익위는 3개 기관을 합쳐서 만든 것이다. 지난 정권 때 청렴위와 고충처리위는 대통령 직속이고 행정심판위는 총리실 직속이었다. 이 기관들이 권익위로 통합됐으면 당연히 대통령 직속이 돼야 한다.”

-세종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충청도에 가서 관련 민원을 직접 들어볼 계획은 없나.

“지금 정부에서 잘 가는데 느닷없이 내가 가서 들쑤실 일은 없잖아.”

-그렇다면 세종시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내 소관도 아닌데… 총리실에서 안을 잘 만들어낸다고 했으니깐 지켜봐야지.”

-일일 현장방문을 하고 지방 민생탐방도 하고 있는데, ‘소통령’ ‘부통령’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런 식이면 장관이 어디가면 다 소통령이고 부통령인가. 국회의원 생활 12년 하면서 얻은 철학 중의 하나가 답은 현장에 있다는 거다. 오히려 야당은 계속 잘하라고 해야지. 완전 정치공세다.”

-문국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내년 7월 은평을에서 재선거가 있다. 임기를 다 채울 수 있겠나.

“현재로서는 그 생각 안 한다. 위원회 온 지 얼마 안됐고, 부하직원들 보기에도 위원장이 나갈 생각 먼저 한다고 하면 일할 맛이 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중도실용이라고 하면 어렵지만 친서민은 와닿는다. 다른 하나는 대북 관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은 것이다. 세번째는 경제지수가 빨리 회복됐다. 서민들은 실제로는 매우 어렵지만, ‘경기가 회복되는구나’하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국민들에게 와닿은 구체적인 서민정책은 뭐가 있나.

“보금자리 주택, 등록금 후불제, 중소기업 규제 완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현 정부는 부자감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적다.

“부자감세라는 게 기업의 세금을 줄여주면 기업이 그 돈으로 투자를 해서 일자리가 창출되는 서민정책이다. 그게 운영과정에서 잘 안 돌아가니까 욕을 먹는 거다.”

-그렇다면 서민 부분에서 조정이 필요하지 않나.

“(부자감세로) 서민들이 골탕을 먹는다고 하면 조율을 좀 해서 서민들의 고통은 줄여야 한다.”

-공직자들에게 5000원짜리 식사를 하라고 한 것도 친서민정책의 일환인가.

“진짜 5000원짜리만 먹으라는 게 아니라 서민식당을 이용하라는 거다. 그러면 서민식당에 각종 식재료를 납품하는 서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어떤 노조간부가 칼국수도 6000원 이상이라며 나보고 물정 모른다고 했다고 한다. 밀양·경산·청도에 가보니 밥값이 전부 3000원 내외더라. 그 사람이 세상물정을 모르는 거다.”

-앞서 대북관계 주도권을 언급했는데 이번 남북간 극비접촉은 어떻게 보나.

“잘못된 것이다. 왜냐면 지난 정권들이 비밀접촉을 하고 돈 거래를 했다는 것이 국민들이 불신하는 이유였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성격에 맞다. 우리가 지난 정부 때는 비밀접촉했다고 비판해 놓고 이 정부 들어서 비밀접촉을 하면 되겠나. 그러나 이번 비밀회담은 사실이 아닐 것이다.”

-비밀접촉을 청와대에서 부인하지 않고 있다.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비밀접촉은 옳지 않다.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대북특사는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이 좋다고 보나.

“대통령의 뜻을 정확히 전달하고 북한을 잘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정체성도 확실해야 하고. 북한에서도 인정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한때 대운하 전도사로 불렸다. 여러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왜 필요한 것인가.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이야기하기 그렇다.”

-여권의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박근혜, 정몽준, 정운찬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그냥 웃고 맙시다. 지도자는 국민이 만드는 것이고 세월이 가면 하늘이 선택하는 것이다.”

-당내에서 위원장을 평가할 때 ‘신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트러블메이커’라는 지적도 있다

“원내총무, 원내대표, 사무총장할 때 얼마나 잘 이끌었나. 그때 다들 명총무, 명원내대표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트러블메이커라고. 대선 경선하면서 그렇게 된 거 아닌가. 이제는 경선도 끝나고 정권 출범한 지 일년 반 넘었는데 거기에 아직 매달리고 있는 게 답답하다.”

-박원순 변호사가 한 특강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얘기했다.

“반드시 성공한다. 성공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 또 대통령을 탄생시킨 사람들이 비교적 개혁적 성향과 역사발전 안목을 갖고 있다. 이 정부에서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있을 수 있지만, 실패한 정권으로 두지 않을 거다.”

-그런데 지금 권력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적은 것 같다. 바른말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말 어려운 때가 되면 할 소리를 해야지. 이 정부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 정부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역사의 죄인이 된다. 우리가 평생 양심적으로 산다고 살아왔는데 역사의 죄인이 되면 되겠나. 이명박 정부는 반드시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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