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제 금값이 온스당 1087달러까지 치솟는 등 금값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금값의 파죽지세에도 불구하고 이날 국내 금 거래소 및 금은방은 폭풍전야를 방불케 하듯 오히려 차분한 모습이다.

국제 금값은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1돈(3.75g) 기준으로 국내 순금 가격은 4일 현재 16만9400원이다.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2월 23일(19만6700원)보다 여전히 14% 낮은 수준이다.

서울 종로에서 귀금속 도매점 ‘로젬’을 운영하는 이경철 사장은 “국제 금값이 또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평소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면서 “오늘 하루 금을 거래하려는 소비자는 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월 환율과 금값이 동반 상승했을 때 웬만한 사람들은 금을 처분해 요즘엔 금값이 올라도 팔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간혹 오는 사람도 2월 당시의 시세 이상을 생각하고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종로에서 금 거래소를 운영하는 이상훈(38) 사장도 “금값 인상 뉴스가 나오면 다음날 문의 전화가 20~30% 이상 많이 걸려온다”며 “하지만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인지 실제 금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새로운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이 값싸다는 이유로 외면하던 14K나 18K 등이 당당히 인기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상훈 사장은 “14K가 1돈에 9만원에 육박하면서 14K를 팔려고 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면서 “꿩 대신 닭이라고 순금 대신 14k나 18K 덕분에 겨우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은방이 절도 등 범죄의 타깃으로 급부상한 것도 금값이 고공행진한 뒤 나타난 변화다. 이 때문에 금은방을 운영하는 상인들 중 일부는 잠금장치를 강화하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종로에서 영업 중인 ‘댄디’의 정모(46) 사장은 “금값이 치솟으면서 언론의 집중 주목을 받다보니 종로 일대 금은방이 범죄의 타깃이 된 것 같다”면서 “줄어드는 매출 때문에 한숨이 끊이질 않는 데 이젠 강ㆍ절도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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