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금 노려 가족 살해, 지난 9월말 현재 존속 살인은 171건에 달해
서울 중랑경찰서는 9일 보험금을 노려 동네 후배에게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와 누나를 살해하게 한 혐의(존속살해교사 등)로 A(17) 군을 구속했다.
경찰조사 결과 A군은 평소 알고 지내던 B(15) 군과 공모해 가족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 뒤 자신은 강원도로 여행을 가 알리바이를 만들고 B군에게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혹시 아버지가 살아나오면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라"고 지시하는 등 A군은 보험금 3억원을 타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강동경찰서도 이날 술에 취해 어머니를 상습 폭행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살해한 C(26) 씨를 구속했다. 앞서 지난달 7일에도 서울 성북구에서 강모(28) 씨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부모를 살해하는 등 최근 천인공노할 패륜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부모와 자녀 등 친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지난 2006년 27,459건에서 지난해 26,118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살인과 성폭행 등의 강력 범죄는 같은 기간 583건에서 619건으로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올해도 지난 9월말 현재 친족대상 범죄는 16,701건이 일어났으며, 살인 사건은 171건에 달한다.
◈ 돈ㆍ경쟁 최고로 여기는 '황금만능주의'가 패륜범죄 부추겨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패륜범죄와 관련해 돈을 숭배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이른바 '황금만능주의'가 판치는 사회 분위기를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돈을 노리고 가족을 살해하는 건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이 기본적인 인륜을 무시한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황금만능주의가 아이의 가치관에 왜곡된 욕망을 형성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A군은 경찰 조사에서 "보험금을 타면 강남에서 살고 싶었다"고 진술하는 등 '삐뚤어진' 욕망이 충격적인 범죄로 이어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 역시 "사회 공동체와 규범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상황에서 돈이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고 심지어는 높은 자리도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을 다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개인적인 좌절과 분노 등 심리적인 요인이 더해질 경우 잔인한 패륜범죄를 낳을 가능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A군의 경우 운동선수로서의 좌절이 가정불화로 이어졌으며, 강씨는 20여년전 재혼한 부모님과 사업자금으로 갈등을 빚다 자신보다 15살이나 어린 동생을 편애한다며 어린 시절부터 품은 불만에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아이고 어른이고 이른바 '20대 80의 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가정과 사회 등 모든 곳에서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며 "어릴 때부터 좌절을 경험하거나 폭력을 당하는 등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치 않을 경우 결국 좌절이 공격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 사회적인 노력 필요해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패륜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등 사회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황상민 교수는 "과거에는 패륜행위가 일어나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고 우리 사회 전체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지만, 최근에는 단지 나한테 피해만 없으면 된다는 식으로 개인 자체의 범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정과 학교 등 전통적인 의미의 공동체가 붕괴되고 사회 규범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상황에 맞서 패륜범죄를 뿌리뽑기 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미영 소장도 "패륜범죄을 예방하려면 아이의 감정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가정에서의 변화가 우선적으로 주문된다"며 "학교 역시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해 '나도 재주가 있구나' 식의 자신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쉽사리 좌절하거나 분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돈보다는 사람이 우선인 사회,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가치관과 윤리를 지속적으로 가르쳐 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만이 패륜범죄를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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