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 세계선수권 당시 김연아가 프리 스케이팅에서 '세헤레자데' 곡에 맞춰 연기를 펼치자, 러시아 중계 해설자들이 자랑스러워 한 적이 있다.

러시아 중계 해설자들은 김연아의 연기에 대해 "김연아의 한국과 브라이언 오서의 캐나다가 함께 만들어 낸 합작품이자 피겨 새 역사"라면서 "덧붙여 우리 러시아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김연아가 러시아의 거장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작곡한 천일야화-세헤라자데 음악과 하나가 되어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김연아의 선곡이 고맙고 뿌듯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연아, 미국에게도 자랑거리

김연아의 이번 그랑프리 5차대회 쇼트 프로그램 연기도 피겨 새 역사로 남게 됐다. 미국이 만든 007영화시리즈 음악 또한 여자피겨 최고자리에 올랐다.

김연아는 15일 미국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 빙상 경기장에서 열린 그랑프리 5차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76.28점(기술44점, 구성32.28점) 세계신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김연아의 76.28점은 쇼트 2위 미국의 플랫(58.80점)과 3위 헝가리의 줄리아 세베스티엔(58.54점), 4위 수구리 후미에(56.04점) 등을 압도적으로 앞서는 성적이다.

김연아는 이번 5차 대회에서 지난 1차 대회와 다른 점이 있었다. 더 다양한 표정과 섬세한 안무가 부각됐다.

김연아는 자신의 장기인 첫 점프 트리플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가 성공한 직후 긴장된 모습이 사라지고 입가에 발랄한 미소가 번졌다. 이어 연습시간 때 한 번 넘어졌던 단독 트리플 플립 점프도 무난히 성공하자,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아름다운 카리스마였다. 고비 때마다 관중을 숨죽이게 하는 묘한 긴장감과 점프 뒤의 안도감을 김연아도 함께 느끼며, 그 순간순간들을 몸 전체로 표현해내고 있었던 김연아만의 독특한 개성이었다.

비엘만 스핀 직후 총 쏘는 모션과 스파이럴 시퀀스, 직선스텝 중 나오는 미세한 동작들도 지난 1차 대회와 다른 점이었다. 동작이 좀 더 크고 시원시원하며, 표정도 진지함 속 익살스러움이 묻어났다.

쇼트프로그램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 표정도 독특했다. 지난 1차 대회에서 김연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중에도 눈을 크게 뜨면서 강렬하고 섹시한 미소를 보냈다.

그러나 이번 5차 대회에서는 전혀 지친 기색 없는 표정 속에서 섹시함보다 앙증맞은 표정의 귀여운 미소를 보여줬다. 본드걸의 여유였다.

미국과 영국은 기뻐할 것이다. 김연아가 미국과 영국의 자랑거리인 명작영화 주인공 제임스본드의 완벽한 연인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영국 원작 추리소설 제임스본드가 냉전시대를 거쳐 영국과 미국 영화시리즈로 나와 크게 히트하고, 이제 김연아가 현실에서 제임스본드걸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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