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출신 티베트僧, 이달말까지 전국 법문

 "불행의 원인을 막으세요. 우리 마음은 원래 행복한 것입니다. 번뇌를 일으킬 일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푸른 눈의 티베트 불교 스님은 "행복한 것 그 자체가 우리의 본성"이라며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자기 마음에서 찾으라"고 말했다. 그의 법명 '툽텐 갸초'는 '불법(佛法)의 바다'라는 뜻으로 13대 달라이 라마와 같다.

호주 출신 툽텐 갸초(66)스님은 런던대에서 열대의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여러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다 친구들과 아시아지역을 여행하던 중 카트만두에서 티베트 불교 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1975년 출가했다.

여러 나라를 거쳐 현재는 몽골 울란바토르 불교회관에서 상임법사로 활동하는 그는 11일 방한해 20일간 전국 곳곳에서 법문할 예정이다.

13일 만난 툽텐 갸초 스님은 "한국 불교에 대해 많이 배우고 불자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2000년 첫 방한 당시 나흘간 도심 안거에 참여하면서 선 수행에 대한 한국 스님들의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세속적인 의미에서 앞날이 밝은 의사의 길을 버리고 히피로 떠돌다가 수행자의 길을 선택하도록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남들은 히피라고 불렀지만 머리가 좀 길었던 것 말고는 우리는 멀쩡했다"고 웃은 툽텐 갸초 스님은 의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불교가 매우 과학적인 것이 출가를 이끈 요인 중의 하나였다고 소개했다.

또 "의사는 몸을 고치는 사람이지만 그들 자신의 마음은 '혼돈(mess)' 상태인 경우가 많다. 나는 마음을 고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에서 의사 일을 할 때 도(道)에 대한 책을 접하고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방랑을 시작해 카트만두까지 간 것이지요. 네팔스님의 법문을 한 달간 들으면서 불교가 매우 깊이 있는 심리학을 담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업(karma)과 진화론은 상호보완적입니다. 출가 이유는 두 가지였지요. 의학 수련의 연장에서 몸의 치유에서 마음의 치유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하나, 업과 윤회를 알게 된 이상 출가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마음이 하나였습니다. 출가 결심까지 18개월이 걸렸습니다."

스님은 출가하지 않고 친구나 아내 등과 함께 재가수행해나가는 것도 고민했지만 스승으로부터 "출가해 혼자 수행하면 미친 마음이 하나지만, 둘이 수행하면 미친 마음이 둘이 되니 수행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출가를 선택했다며 웃었다.

아울러 "서양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동양의 정신문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세상의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보편적 해결책이라는 것은 없고, 개개인 차원에서 탐ㆍ진ㆍ치(貪瞋痴.탐욕ㆍ분노ㆍ어리석음)를 없애나가면 이런 개인이 모여 세상의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번 방한 기간에 14세기 티베트 불교의 스승 총카파가 지은 '람림(티베트어 Lam-rim.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바탕으로 불교의 근본 원리와 마음을 일으켜 수행해 나가는 단계 등을 한국 스님과 불자들에게 법문한다.

그는 티베트 불교에 대해 "우선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잘못된 생각을 제거한 후 명상을 통해 옳은 생각까지도 다 비우는 것이 티베트 불교"라며 "일각에서는 '라마교'라고 불리며 오해를 받지만 인도불교의 정통을 이어받은 불교"라고 소개했다.

또 "한국불교는 잘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며 "한국불교는 이성적인 것보다는 깨달음을 중시하는 것처럼 겉으로 보이지만 한국불교나 티베트불교나 결국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로 가기 전 2008년까지는 호주 캥거루섬에서 혼자 3년 안거를 한 그는 안거 전에 쓴 책 '티베트 승려가 된 히피의사'(호미 펴냄)를 올해 3월 한국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인사동 불교영어도서관(13일), 부산 홍법사(18일), 청도 운문사(20일), 울산 해남사(20일), 부산 미타선원(21일), 동국대 경주캠퍼스(22일) 등에서 강연 및 법문을 한 후 해남 미황사에서 24일 괘불재에 참여해 법문하고 광주 무각사(25일), 서울 불광사(29일) 등을 거쳐 30일 한국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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