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과의 대화'를 계기로 정부여당이 세종시 수정 추진을 위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알파'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설득'이 박 전 대표에겐 통하지 않자 세종시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간 힘겨루기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본격적인 대결국면이 전개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점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 최종안이 발표되는 오는 14일이다. 즉, 세종시 수정 최종안에 대한 친박계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만일 박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할 경우 사태는 급속히 진전될 가능성이 높지만 기존 입장 고수할 경우 지난 총선 전후 빚어졌던 여당내 갈등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후자 쪽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몽준 대표 등 당 지도부와의 조찬회동에서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대안을 제시할 테니 대안이 나올 때까지 당정이 서로 협조해서 해결책을 찾았으면 한다"며 "당이 하나의 모습으로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는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수정 추진 반대 입장을 겨냥한 것으로, 당내에서 최대한 설득을 해 달라는 것.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금주 내 영남과 호남을 차례로 방문, 지역여론을 수렴하고 세종시 수정 및 4대강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수정안 마련을 위한 당·정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몽준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정운찬 총리, 권태신 총리실장, 주호영 특임장관, 정정길 대통령실장, 박형준 정무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등 당·정·청 수뇌부는 지난 29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심야 비공개회동을 갖고 세종시 대책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대책과 관련해선 야당과 당 내 친박계 등 반대 진영에 대한 설득 노력과 함께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를 위한 당·정·청 간 긴밀한 공조 및 역할분담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는 30일 3차 회의를 열어 세종시 자족기능 보강 방안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건의를 결정할 예정이다.

세종시 수정을 위한 여권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의 입장에는 흔들림이 없다.

박 전 대표는 29일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 84주년 탄신제에 참석하기 위해 육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을 찾았다. 세종시를 둘러싼 여권 내홍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충청권 행보라 정치권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세종시 관련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제가 얘기한 게 이미 다 보도가 됐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에 앞서 27일 밤 '대통령과의 대화' 직후 측근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할 말은 이미 다 했고,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원안+알파'로 세종시를 추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

박 전 대표는 또 유족대표 인사말에서 육 여사가 수를 놓아 한국 지도를 표현한 자수 작품을 언급하며 "전국 방방곡곡의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기 바라셨던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진다"며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와 여러분이 어머니께 드릴 수 있는 생신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친박계 의원은 "세종시 건설을 통해 국토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어머니의 유품에 빗대, 국가균형발전의 필요성과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이성헌 의원 역시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 입장이 바뀔 가능성에 대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통령과 친이계 핵심 인사들이 기대하는 '변화' 가능성조차 차단된 것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세종시 문제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힘겨루기' 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라며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에서 누가 물러설 수 있겠느냐. 결국 충청민심을 직접 설득하는 일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친박계는 일단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오는 14일 정부가 발표할 최종안의 내용에 대해 논의한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생각이다. 정부 및 친이계와 대결은 자제하지만 최종안 내용에 따라 여권에 격랑이 일 수 있다는 얘기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최종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지금 상황에서 저쪽이 설득한다고 해서 되지도 않을 것이고 우리가 공격하기도 어렵다"며 "이 문제는 설득의 문제와는 별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가 기존 입장을 얘기하고 있고, 우리도 마찬가지"라면서 "설득과 공격을 떠나 우선 정부의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 침묵할 것이고 최종안이 나온 뒤 이를 검토해 우리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만약 그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면 대결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친이측과 충돌을 이미 각오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결국 오는 14일 기점으로 세종시 문제로 인한 '이명박-박근혜' 진검승부 대결이 펼쳐지느냐, 아니면 봉합되느냐의 기로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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