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친구와 부산 구석구석 숨은 맛집 기행을 계획했던 한지수(23세) 씨는 갑자기 일본 오사카로 여행지를 바꿨다. 한 항공사가 애인이 없어 크리스마스가 두려운 싱글들을 위해 솔로인 동성 2명이 오사카행 항공권을 예매할 경우 1명 항공료인 15만원(공항이용료 및 유류할증료 제외)으로 2명이 여행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떠나는 KTX의 왕복 이용료는 1인당 12만8000원, 반면 한씨는 인천-오사카행 항공권을 친구와 둘이서 15만원에 결제할 수 있었다.

애인 없는 설움이 국내 기차여행보다 더 저렴하게 오사카로 떠날 수 있는 행운을 안겨준 것이다.

◆강추위도 녹이는 항공업계의 고객 유치경쟁

항공업계의 고객 유치 경쟁이 영하 12도의 강추위도 녹이고 있다. 특히 신종플루가 한풀 겪이면서 그동안 해외여행을 자제했던 대기 여행객들이 몰려 항공업계는 특수를 예감하고 있다.

12월 21일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가 저비용항공으로는 두번째로 인천-방콕(태국) 노선에 취항했다. 이 노선은 지난 4월 제주항공이 취항해 현재까지 평균 91%라는 높은 탑승률을 보이고 있는 황금노선.

진에어 가세로 인천-방콕 노선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까지 국내항공사 4곳이 승객 유치전을 벌이게 됐다.

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항공권의 가격은 더 내려가는 법. 승객들의 연말 여행이 즐거워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예약률에 따라 운임이 바뀌는 요금으로 미리 구매할수록 저렴한 '국제선 얼리버드(early bird)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인천-방콕 노선은 19만3000원, 김포/인천-오사카 노선은 12만3000원, 인천-키타큐슈 노선은 10만3000원부터 예매할 수 있다. 단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료는 제외(12월 기준, 일본 유류할증료 6달러, 방콕 유류할증료 12달러)한 금액이다.

◆효자에겐 공짜 항공권 제공

부모를 모시고 떠나는 효자를 위한 파격혜택도 준비돼 있다.
제주항공은 인천-기타큐슈 왕복 노선을 이용하는 탑승객이 부모와 동반할 경우 부모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항공권을 12월20일부터 연말까지 한정 판매한다.

이 노선의 왕복 항공권은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료(약 4만3000원)를 제외한 1인당 20만원으로 부부가 양가 부모를 모시고 여행하면 40만원에 최대 6명이 이용할 수 있다.

1인당 약 6만7000원의 왕복항공료로 일본으로 온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료를 포함해도 약 11만원이면 왕복이 가능하다.

어린 자녀와 함께 떠나는 부부의 경우라면 자녀의 항공권만 결제하면 3인 가족이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제주항공 예약센터(1599-1500)에서만 예약할 수 있으며 출발 당일 카운터에서 가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가격 낮추되 서비스는 그대로

진에어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다. 인천-방콕노선 취항을 기념해 19만9000원짜리 특가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일까지 매주 1명씩 최고가 10만원부터 최저가 100원까지 100원 단위로 단독 최저 입찰가를 제시한 6명을 선발하는 '100원의 행운, 국제선 역경매 이벤트'도 진행했다.

진에어는 이 노선의 후발주자인 만큼 서비스로 똘똘 뭉쳐 고객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기존 대형 항공사보다 운임(약 37만원)은 20~30% 저렴하지만 서비스의 질은 낮추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단체승객이 아닌 개별 여행자가 진에어 홈페이지를 통해 왕복 항공권을 예약하고 무료 버스 이용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방콕 공항에서 호텔까지 무료 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기내식도 추가비용이 없다.

특히 현재 방콕 노선에 취항하고 있는 항공사의 대부분이 인천에서 오후 5시 이후에 출발하는 반면 진에어는 오전 9시20분에 출발해 시간 활용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정홍근 진에어 경영지원 부사장은 "국제선 운항을 기점으로 내년을 흑자달성의 원년으로 삼고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취항 선두주자로 자리잡겠다"며 "운임은 저렴하게 하되 서비스 질은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플루 주춤하니 해외여행객 급증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든다는 전망과 함께 신종플루의 영향도 한풀 꺾이면서 해외여행객수가 늘고 있다.

항공업계는 동남아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인천-시엠립(캄보디아) 노선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시엠립 노선 운항을 중단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1월 16일부터 주 4회 운항을 재개했다. 대한항공 역시 내년 1~2월 한시적으로 운항횟수를 기존의 주 7회에서 주 9회로 늘릴 예정이다. 제주항공도 19일부터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 7시40분 인천을 출발하는 주 2회 일정의 전세기를 운항해 시엠립 노선에 가세했다. 부산 출발 고객이 늘면서 부산-동남아 노선도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24일부터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오후 8시45분 출발하는 부산-세부 노선을 주 2회 운항키로 했다. 필리핀 국적 세부퍼시픽항공이 취항하고 있는 것과 같은 시간대로 정면 승부를 던진 것이다.

대한항공은 운항을 중단했던 부산-하노이 노선을 이달 3일부터 주2회 일정으로 재개하고 내년부터 부산에서 출발하는 캄보디아 시엠립 노선에도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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