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계약금을 빼돌린 악덕 건설업자 때문에 10여명의 세입자들이 엄동설한에 전세금을 몽땅 뺏기고 길거리에 나앉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07년에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의 한 빌라촌.
무려 12개동에 145세대가 살 수 있도록 조성된 이 빌라촌은 청천동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의 '노른자위 땅'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입주가 시작된 지 2년만인 지난 5월, 이 빌라촌 반지하층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시공사인 A건설사가 이 빌라촌 지하층을 담보로 걸고 은행에 대출을 받았지만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반지하층이 몽땅 경매로 넘어간 것이다.

결국 이곳에 살던 10여 세대는 각각 1억여 원의 계약금을 모두 날린 채 졸지에 길바닥에 나앉고 말았다.

평생 모은 전세금을 그대로 날린 이들은 이 시공사 대표 김모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당장 갈 곳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다.

인근에 한 부동산 업자는 "원래는 매매가 돼야 했는데 매매가 안 되니까 전세로 돌리고 대출을 받았다. 우리는 위험성이 있어서 아예 그쪽 전세물량은 다루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 측은 "계약 당시 '입주자들의 계약금을 모아 대출금을 갚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속여 판 것은 아니다"며 "대출금을 최대한 갚으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조사결과 시공사는 대출금을 갚으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계좌를 확인해 봐도 대출을 받은 은행에 돈을 송금한 흔적이 전혀 없다"며 "돈을 갚으려는 의지가 부족해 김 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서울 서부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추후 검찰수사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잘잘못이 가려지겠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짧으면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당장 갈 곳이 막막한 세입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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