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추워 죽겠는데 매일 나와 봐야 한달에 10일 일하기도 어렵습니다. 임금체불이라도 없으면 좋겠는데, 한두 달 체불은 기본이에요."

지난해 12월 19일 새벽 4시30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고개에서 만난 일용직 근로자들은 추워진 날씨보다 더 팍팍해진 살림살이를 이렇게 토로했다. 태평고개는 25년 전 고속도로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철근공의 인력시장 거점으로 유명해졌다.

무거운 배낭을 맨 일용직 근로자 100여명이 20분 만에 태평고개에 모였다. 이들은 추운 날씨 탓인지 허연 입김을 내뱉으며 일할 사람을 태우러 오는 승합차를 기다렸다. 근황과 체감 경기를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이곳저곳에서 봇물 터지듯 불만이 쏟아졌다.

일용직 김모(45)씨는 "일당 14만원은 15년째 그대론데 물가는 엄청 올라가고, 여름 장마철엔 쉬어야 하니 도저히 생활이 안 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에 대학생 자녀를 둔 사람들은 어쩌라는 건지. 그마저 6만~7만원짜리 잡부들은 그 돈마저 한두 달 뒤에 나온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인력시장을 서성이는 근로자

1995년 소비물가지수는 69.873으로 2009년 112.8까지 1.61배가 올랐다. 물가상승률대로 일당이 올랐다면 현재 일용직 근로자들은 14만원이 아닌 22만 5000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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