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발표로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거물 정치인들의 대선모드에 발동이 걸렸다. 세종시 논란은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균형발전, 당론에 대한 입장 등 큰 원칙을 질문하면서 급변사태에 대한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대선모드로의 전환이 앞당겨진 것이다. 박 전 대표의 개입으로 세종시 논란이 커진만큼 각 주자들은 이번에 움직일 것을 요구받고 있다.

모든 대선주자가 세종시 수정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부분 대선주자들이 현재 맡고 있는 정당이나 정부에서의 직책은 세종시 논란과 직결된다.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원안이 배제된 수정안은 당론으로 채택돼도 반대한다"며 쐐기를 박았다. 이번 기회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관측이다. 때문에 정부의 수정안이 통과되면 이젠 박 전 대표에게 타격이 되는 꼴이 됐다.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각 당 대표들은 세종시 논란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 세종시 논란을 슬기롭게 넘겨야 지방선거에 승리하고, 당내지분을 유지할 수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세종시 논란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향후'를 기약할 수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박 전 대표와 연대하면서도 차별화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 반대 이슈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잠재적 대권 주자의 한명인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세종시 수정안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수정안을 관철시킬 경우 그의 리더십이 높이 평가되면서 유력주자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총리로 내정되자마자 세종시 원안에 대해 세종시 수정안에 처음으로 불을 당겼고, 수정안을 책임지고 만들고 통과시켜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문수 경기지사 등 광역자치단체장들로서도 세종시 논란은 피할 수 없는 쟁점이다. 김 지사는 "경기도를 홀대해도 유분수"라며 세종시 수정안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완구 전 충남지사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에 반대해 지사직 사퇴라는 강수를 뒀다.
세종시 논란은 항상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됐던 충청권과 직결된 이슈다.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든, 원안을 고수하든지 충청권을 잡아야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한발짝 앞설 수 있다. 이들은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자 충청으로 달려갈 기세다.

뿐만 아니라, 세종시 논란은 '현재권력'에 대한 '미래권력'의 대결이 돼 버렸다는 점에서도 차기 대권 구도와 뗄 수 없게 돼 버렸다. 세종시 수정안이 실패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현실화하면서 잠룡들의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는 각 계파간 논쟁이 격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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