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리인’ 정운찬 수정 결론 땐 ‘대권 주자’로
ㆍ‘원안 +α 고수’ 박근혜 원안 관철 땐 ‘날개 단 권력’
ㆍ‘원안에 올인’ 이회창 수정 막을 땐‘충청 맹주’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공개가 임박하면서 정치권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소강 상태였던 ‘세종시 정국’이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수정 대 원안 고수’로 갈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정운찬 국무총리,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정치권 ‘거물’들의 명운도 갈릴 전망이다. 가깝게는 지방선거, 멀리는 대선에서 이들의 입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새해 벽두부터 이들의 분주한 세종시 행보는 이 때문이다.

여당내 최대 주주인 박 전 대표는 지난 4일 대구·경북을 방문, 재차 ‘신뢰와 화합’의 화두를 꺼냈다. “세종시 원안 추진은 정치적 신뢰의 문제”라고 강조해 온 것을 감안하면 ‘수정 불가’에 대한 불퇴전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실상 박 전 대표로선 세종시 원안 관철은 물러설 수 없는 문제다. 그간 누려온 ‘도전자 없는 미래권력’이란 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세종시 수정은 현재권력이 미래권력을 겨냥해 던진 정치적 덫의 의미도 엿보인다.

따라서 ‘세종시 수정’으로 최종 결론날 경우 박 전 대표의 고립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수정=친박계의 균열’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힘은 급격히 친이계로 쏠리면서 ‘여당내 야당’으로서의 견제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여권내 차기후보군들의 본격적 도전에도 직면하게 된다. 반면 세종시 원안이 관철될 경우 상황은 정반대다. 현재권력을 누른 박 전 대표는 더 이상 미래권력이 아닌 사실상의 현재권력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가 표면적인 침묵 속에서 내부적으론 세종시 문제에 전력투구 중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중국 등의 1월 중 초청을 고사한 것도 바로 ‘세종시 대응’을 위한 것이란 풀이다.

‘세종시 총리’라는 꼬리표가 붙은 정운찬 총리의 새해 일성도 세종시였다. 지난 1일 국무회의 후 신년조례회에서 “세종시 발전방안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고, 새해 업무가 시작된 4일엔 재차 충청도를 찾았다.

이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세종시 수정을 총지휘해 온 그로선 성공할 경우 단번에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급으로 부상할 수 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대항마를 절실히 원하는 친이계의 압도적 후원도 예상된다. 더 이상 허수아비 총리가 아닌 실세 총리로도 매김할 수 있다. 하지만 충청 민심 설득에 실패하고 수정안이 좌절 될 경우 그간 무의미한 ‘국론 분열’의 책임론이 기다린다. 그 연장선에서 조기 교체론에도 직면할 수 있다.

충청권이 정치적 기반인 이회창 총재는 한마디로 세종시 수정 저지에 ‘올인’하고 있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충남 연기군비상대책위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국회에서 (세종시) 법 개정을 막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 총재로선 한마디로 ‘정치적 명줄’이 걸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충청 민심대로 수정안을 막아낼 경우 ‘충청 맹주’ 지위는 공고해지면서 지방선거에서도 선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유일한 정치 기반인 충청 지역에 대한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세종시 수정론에 반발, 지사직을 사퇴한 이완구 전 충남지사로서도 갈림길이다. 한나라당 당권 도전설 등 유력한 중앙 정치인으로 급부상 하느냐, 여권내 자중지란만 가중시켰다는 오명과 함께 정치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위기 사이의 갈림길이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저작권자 © 자유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