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발표◆
정부가 11일 세종시 수정안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여론 수렴을 포함한 정부 입법 절차를 거쳐 국회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우선 세종시 수정안은 국무총리실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정부 입법 형태로 관계기관 협의, 입법예고, 국무회의 등 과정을 거쳐 국회에 제출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법안 명칭부터 수정될 전망이다. 수정안은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한 만큼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을 위한 연기ㆍ공주 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에서 행정중심이란 문구를 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새로운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물밑에서 충청권을 포함한 전방위적 여론 수렴 작업부터 선행할 수밖에 없다.

여권은 충청권 여론이 지금보다 나아지면 대국민 설득에 나설 명분을 쥐게 되지만 수정안 자체가 냉대를 받을 경우 추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여권 인사들은 충청권의 수정안 찬반 여론이 5대5 정도만 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충청 여론과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 뒤 정부 입법안이 제출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다짜고짜 입법안을 내놓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충청민과 국민이 수정안에 공감했을 때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국민 여론 수렴 작업과 동시에 당론 수렴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세종시 원안 추진'이란 기존 당론이 바뀌지 않으면 국회에서 법 처리는 불가능하다.

당론 변경에는 재적의원의 3분의 2인 113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부정적인 친박근혜계 의원이 60명 안팎이어서 요건 충족이 어려운 상황이다.

당론 변경을 둘러싸고 난항을 겪더라도 친이명박계 주류 등 여권 핵심부는 새로운 세종시법을 국회 심의대에 올리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국회에 넘어온 수정안은 행복도시특별법 원안이 통과됐던 국토해양위원회나 세종시 설치법이 계류 중인 행정안전위원회 등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세종시 사안의 무게를 고려해 전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세종시 설치법은 지난해 관할구역과 법적 지위를 여야가 합의해 법안 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안위 전체회의 통과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정안 심의는 국회가 짝수 달에 임시회를 열게 돼 있는 만큼 일단 이달은 넘기고 이르면 2월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국론 분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급적 빨리 처리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잦아들지 않아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자는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4월 임시국회 처리'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

친이계 장광근 사무총장은 "군사작전을 하듯 수정안을 밀어붙이면 부작용만 커지기 때문에 2월 국회 처리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정안 논의와 처리 시점보다 더 힘든 문제는 국회 통과 여부다.

만약 우여곡절 끝에 세종시법 개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면 최종 본회의 표결만 남게 되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지금 같은 상태라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장면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일반 안건에 속해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11일 현재 국회 의석은 총 298석으로, 과반 확보를 위해선 15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이 169석임을 감안하면 친박계 의원 가운데 절반만 등을 돌려도 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정부와 친이계가 친박계를 설득해야만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선 '충청권의 마음이 수정을 지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충청권의 마음을 돌린다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이다.

결국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논의와 통과의 관건은 충청 민심의 변화 여부에 달려 있는 셈이다.

다가오는 '6ㆍ2 지방선거'로 인해 세종시 수정법안이 6월 이후로 넘어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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