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결혼 등이 늘면서 '대한민국=단일민족'이란 통념도 깨지고 있다. 방송은 이 같은 사회 현상에 가장 민감한 매체다. 최근 예능·드라마에서 활약하는 외국인이 늘어난 것도 '외국인 100만 명 시대'와 맞물린 현상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로 요즘 안방 극장에선 더듬더듬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주로 '재연 배우'에 머물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외국인들이 주요 배역을 꿰차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MBC 드라마 '탐나는도다'는 프랑스인 피에르 데포르트(한국명 황찬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프랑스 출신으로 한국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낸 그는 유창한 한국어와 '꽃미남' 외모로 관심을 끌었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지붕뚫 고 하이킥'의 줄리엔 강과 '보석비빔밥'의 마이클 블렁크도 조연급 역할로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웨이크보드 선수 출신인 마이클은 연기 경험이 전무한데도 특유의 끼를 인정 받아 캐스팅 됐다.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리포트로도 활약했던 그는 탤런트 홍석천씨의 추천으로 연기에 입문했다. '보석비빔밥'에선 스님이 되기 위해 한국에 온 미국인 '카일'역을 맡았다. '보석비빔밥'의 백호민 PD는 “누구나 체감할 만큼 외국인 수가 많아졌다”며 “달라진 사회상을 드라마에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다니엘 헤니나 '달콤한 스파이' 등에 출연한 데니스 오도 스타덤에 오른 외국인 배우로 손꼽힌다. 이들의 대선배론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이 있다. 독일 출신의 이 사장은 귀화한 한국인이지만, 1990년대 부터 드라마 '딸부잣집' '천국의 계단' 등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이국적인 외모와 능숙한 한국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예능 프로에서도 외국인들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2006년부터 방영된 KBS '미녀들의 수다'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에바(영국)·브로닌(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외국인 연예인들의 '출세 코스'로 떠오르기도 했다.

외국인 전문에이전시 GM 커뮤니케이션 박세진 실장은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기 위해 직접 프로필을 들고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며 “과거엔 동유럽권 중심이었지만 최근엔 영어권 외국인들의 진출이 활발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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