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20·고려대)의 향후 거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금메달을 딴 뒤 진로를 묻는 질문에 "아직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확답을 피했던 그다． 일단 그는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한 시즌을 마친 뒤 '다음'을 생각하겠다고 했다．
　

캐나다 출신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1일 기자회견에서 "김연아가 2014년 소치 올림픽까지 뛰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겨 그 배경이 관심을 끈다． 개인적 바람을 피력한 것이지만, 김연아의 중요한 조언자 그룹인 오서 코치가 의견을 제시한 게 특별하다．
　

김연아의 향후 진로를 놓고는 은퇴와 올림픽 재도전을 두고 전망이 엇갈렸다． 반반의 가능성이 있다． 서로 다른 두 전망에 대한 배경은 각기 설득력이 있다． 최고 선수로 발돋움하기까지 감내한 부상, 그리고 각종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김연아의 갈망을 이해하는 측에선 은퇴에 방점을 찍는다． 피겨 선수로 성장하며 그간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며 겪었던 스트레스를 풀 때가 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세계선수권은 물론이고 올림픽까지 제패하며 더이상 달성할 목표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도 선수로서 마지막을 고려하는 이유로 든다． 다만 스무살에 은퇴를 논하기엔 너무 이르고, 올림픽 금메달 효과를 등에 업고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경제·사회적 가치를 단숨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 계산은 선수 생활 유지를 떠올리게 한다．
　

오서의 발언은 더 이룰 목표가 없는 김연아에게 새 도전과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림픽 2연패는 역대 여자 싱글에선 소냐 헤니(노르웨이·1928~1936년 3연패), 카타리나 비트(구 동독·1984~1988년 2연패) 외엔 한번도 없었다． 더불어 오서 코치는 "트리플 악셀을 뛰어야 한다"며 "한 단계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더 나은 점수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 조언자 외에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역할 모델'로도 손색이 없다． 김연아의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다． 오서 코치의 발언은 그래서 중요하다． 김연아의 선택이 더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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