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극형에대한 두려움탓에 자신의 신변 처리에만 몰두하다 뒤늦게 피해자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공감능력 끌어낸 것"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검거 이후 닷새동안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 왔지만 돌연 범행일체를 자백한 것은 과학적 증거와 경찰의 강온전략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분석이다.

김길태는 지난 10일 검거 직후 "이 양이 누군지 모른다. 집 근처에서 라면만 끓여 먹었다"고 말해 이 양과 관련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찰은 이 양의 몸에서 나온 DNA와 김씨의 몸에서 채취한 DNA가 일치된다는 결과를 보여주며 김 씨를 압박했다.

그래도 김길태는 "증거가 있으면 법대로 해라" "DNA가 뭔지 모른다"는 대답만 되풀이 했다.

범죄심리분석가는 김길태의 조사 장면을 화면으로 살펴보며 실시간 수사방향을 조언해줬다.

또, 진술조사관들도 강경조와 온건조로 나누어 김 씨에게 압박과 회유를 반복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조사 이틀째부터 김길태는 심경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김길태는 범행을 시인하라고 추궁하는 수사관에게 "우리 그러지 말고 한판 뜹시다"라고 호기를 부리는 등 말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 자신에게 담배를 주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온건조 수사팀 형사들에게는 교도소 수감시절을 비롯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하며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검거 직전 김길태는 조사를 마친 뒤 곧바로 잠이 들었지만, 범행을 자백하기 직전에는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는 등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흔들리던 김길태의 심경변화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지난 14일 실시된 거짓말 탐지기와 뇌파검사였다.

경찰은 김길태가 DNA 결과 등 과학적 증거자료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뤄, 거짓말 탐지기 등 조사 결과로 김길태를 압박했다.

김길태는 자신의 눈으로 거짓말을 할 때 심박수가 뛰고 맥박이 빨라지는 등 신체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과학적 자료를 보자 결국 계속 부인하는 태도를 체념했다.

이후 14일 오후 3시 10분쯤 조사실에서 프로 파일러와 면담을 하던 김 씨는 온건조 조사팀의 박 모(49)경사를 불러 줄 것을 요청했다.

박 경사는 김길태가 검거된 직후부터 담배를 제공하고, 자장면을 시켜줘 이미 인간적으로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박경사는 김길태에게 "나도 딸이 둘 있는 아빠다. 너에게 끔찍하게 살해된 이 양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너가 상상할 수 있겠냐? 그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괴로울까?"라며 김길태가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해 왔었다.

이 자리에서 박경사는 "어린 이 양의 시신이 많이 훼손됐다. 너가 그 아이를 너무 고통스럽게 했다"고 말을 꺼냈고, 이에 김길태는 두손을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 하다가 "죽은 이양게 미안하다. 내가 죽일놈"이라고 털어놓았다.

자정까지 이어진 이날 조사에서 김길태는 자신이 이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부분을 모두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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