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결심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 사건 선고를 하루 앞둔 8일, 검찰이 별도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한 전 총리측은 "무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흠집내기용 수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한 전 총리가 건설회사인 H사 대표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의혹이 있다며 8일 오전 H사와 자회사 K사, 회계법인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전날 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에 있는 H사와 K사에 수사관을 보내 회계장부, 감사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 기소한 부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총동원 돼 한 전 총리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검찰이 선고를 하루 앞둔 시점에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그 배경을 놓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선고 직전 한 전 총리에게 또다른 혐의를 씌워 흠집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 반발... "서울시장 선거 영향 주려는 것"

▲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아무리 재판결과에 자신이 없다 해도 이렇게 무리한 수사를 감행할 수 있느냐"며 "무죄가 나오더라도 선거기간 내내 정치자금관련 수사를 진행해서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도로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수사 초반 사건의 증거를 확보하고 전모를 파악하기 위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음에도 수사 사실이 <동아일보>를 통해 흘러나오면서 또 다른 피의사실 공표 논란도 일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날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 1심 선고가 9일로 예정된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이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에 대해 별도 수사에 나선 것으로 7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행위는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천명한 수사공보준칙에도 어긋난다.

한 전 총리측은 "검찰이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명백히 혐의가 확인되지도 않은 별개 사건을 만천하에 공개했겠느냐"며 "무죄가 나오더라도 계속해서 '흠집내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9일 선고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한 새로운 수사자료를 증거로 제출할 방침이라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증거 채택 여부에 따라 선고가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변론을 재개해 검찰과 피고인 측에 증인 및 피고인 신문 조서에 대한 이의여부를 확인 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추가 수사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거센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제출한 새로운 증거에 대해 변호인단이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직권으로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만약 재판부가 증거 채택 대신 별건으로 처리하라는 의견을 밝힐 경우 검찰은 추가로 기소해야 한다. 반면 증거로 채택된다면 법정에서 새로운 증거 조사를 벌여야하는 등 선고는 일정 기간 미뤄질 수밖에 없다.

한 전 총리의 선고공판은 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열린다

심흥섭 기자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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