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사롭지 않다. 리듬체조의 샛별 손연재(16·세종고)가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손연재는 최근 시니어 국제대회에 첫 출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리스 칼라마타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 '2010 칼라마타'대회 개인종합에서 98.450점을 받아 참가 선수 27명 중 12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FIG 주관 A급 대회로 '체조 퀸' 예브게니아 카나에바(20·러시아)와 세계랭킹 2위인 다리아 콘다코바(19·러시아) 등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손연재는 시니어무대 데뷔전에서 곧바로 상위권에 입상하며 한국 체조의 미래를 환하게 밝혔다. 손연재는 다음달 시니어 무대 두 번째 국제대회에 나선다.

8일부터 10일까지 프랑스 코르베유 에손에서 열리는 대회다. 체조 전문가들은 "국제대회 출전은 선수의 기량을 확 바꾼다.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라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손연재도 다음 대회를 발판 삼아 국제 체조계의 간판 스타로 발돋움하기를 꿈꾸고 있다.

2년 후면 런던 올림픽이 열린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세계 무대를 평정한 것처럼, 런던에서는 손연재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지도 모를 일이다. 예비 스타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한국 선수들은 수구 숙련도가 약한데, 연재는 감을 타고났어요.”

손연재는 2007년 슬로베니아 주니어 월드컵에서 5위를 차지한 뒤 국내외 체조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대회에는 리듬체조에 강세를 보이는 동유럽 선수들이 모두 출전했기에 의미가 더 컸다. 국내에서 그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보통 5관왕(6관왕이 전관왕)정도를 휩쓰는데, 손연재는 국내 체조대회에서 한 종목 정도는 참가하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의 우승 기회를 모두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리틀 신수지'다. 신수지도 타고난 몸매와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본선에 올랐다. 손연재의 코치도 신수지를 지도하는 김지희 코치다.

김 코치는 "손연재는 신수지와는 스타일이 다르다"고 한다. 신수지가 풍부한 표현력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라면, 손연재는 기술이 좋다. 김 코치는 "연재는 전체적인 몸의 선이 예쁘고 수구 숙련도(줄·후프·곤봉·리본 등 기구를 다루는 능력)가 좋다. 특히 한국 선수들이 동유럽 선수들에 비해 가장 처지는 부분이 수구 숙련도다. 연재는 이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좋지만 손연재가 추구하는 건 '예술'로서의 리듬체조다. 빨간 리본을 들고 춤추는 예쁜 언니들이 부러워 리듬 체조를 시작했다는 손연재는 "나는 리듬체조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울리고 싶다. 현역 최고의 기술을 갖춘 예브게니아 카나예바보다는 관중을 사로잡는 안나 베소노바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 출전 이후 손연재는 유럽 심판들의 눈도장도 확실히 받았다. 김 코치는 "유럽 심판들이 손연재를 보고 한국에서 좋은 선수가 나왔다면서 관심을 보였다. '기본기가 아주 좋지만 대담함이 약간 부족하다. 연기에서 성숙한 면을 보완하면 대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심판은 심판끼리 나눴던 대화까지 전해주면서 높이 평가했다"고 귀띔했다.

손연재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손연재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한국은 리듬체조 개인 부문 메달이 없었기에 꼭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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