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천안함 외교전
한·중 정상회담 첫 관문
檢개혁·4대강 등 난제산적
정서적 접근서 냉철한 대응을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46장병을 떠나보내는 영결식이 29일 오전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엄수됐다. 먼저 울어버린 봄비도 이날만큼은 숙연함에 눈물을 거뒀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와 국민들은 영면 기원의 묵념으로 이들을 가슴에 묻었다. 국민은 분단의 한을 되새기며 슬픔에 빠졌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은 슬픔에만 빠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고로 국가ㆍ사회적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오히려 '진정한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분강개와 슬픔, 눈물을 통한 지도자들의 정서적 대응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국내외의 냉혹한 현실이나 만만찮은 장애물들과 부딪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슬픔이 정부 앞에 놓인 과제의 실체를 가렸다. 무엇보다 미ㆍ일ㆍ중ㆍ러가 모두 뛰어든 천안함 외교전에서 우리 정부가 얼마나 주도적으로 상황을 끌고갈 수 있느냐가 문제다. 현 정부의 외교 리더십이 '세일즈외교'를 넘어 '안보외교'로 이어질지 가늠하는 진정한 시험대에 놓인 셈이다.

정부는 동맹국인 미ㆍ일 외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 등에 협조를 요청하는 외교적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 토머스 허버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은 지난 27일 "북한의 소행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중국으로부터 조의 표명 이상의 액션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제 공조라는 외교적 수사 뒤에 감춰진 이들 국가의 손익계산을 냉정히 따져보고 철저한 준비와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30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한ㆍ중 정상회담은 천안함 외교의 시금석이다.

정부가 풀어가야 할 내부 과제도 산더미다. 천안함 사건의 원인 규명과는 별도로 사건 대응과정에서 보여준 국가 안보ㆍ위기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총체적으로 점검 개선해야 한다.

한 안보전문가는 "일부 문책인사나 안보특보 신설 등의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는 제2의 천안함 사태 방지를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원인 규명과 사태 수습 후에 관계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보다 근본적인 군 개혁 방안과 안보 컨트롤타워 구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고에 파묻혀 있던 세종시와 4대강, 교육개혁, 검찰개혁 등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도 영결식 이후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천안함 피로증'으로 이들 문제를 처리하려는 동력은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천안함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밖에 모르는 대통령께서도 요즘은 가끔 피곤해 하는 기색을 보이신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