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여행사 일반인 판매실적 전무..높은 가격에다 현지 치안불안 탓
남아공 월드컵 개막이 40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행사의 월드컵 패키지 상품은 거의 팔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 롯데관광, 롯데JTB 등 5곳은 지난 2월부터 월드컵 패키지를 팔고 있지만, 두 달이 넘는 기간에 판매 실적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나마 롯데그룹 계열인 롯데JTB로부터 롯데백화점, 마트 등 유통 계열사가 고객 경품용으로 미리 구입한 몇 건을 제외하면, 사실상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단 한 건도 팔리지 않았다.

월드컵 패키지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번 대회를 후원하는 에미레이트항공을 통해 만든 패키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주요 여행사 5곳에서만 판매한다.

넉넉하지 않은 현지의 교통, 숙소 상황을 고려해 두바이를 경유하는 항공편과 경기장 근처의 5성급 특급 호텔 숙박, 현지 교통수단 등이 포함된 이 패키지는 고급 소비자층과 기업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700만원 대에서 시작하는 높은 가격은 판매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6월12일 펼쳐지는 그리스와의 예선 1차전을 관람하는 8박9일 패키지는 최하 732만원에서 시작한다.

예선 2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패키지는 1천196만원, 예선 3경기를 모두 보는 패키지는 무려 1천660만원이다.

여기다 예약하고 나서 사흘 안에 여행 대금 결제를 마쳐야 하고, 4월30일 이후에는 예약을 취소해도 단 한 푼도 돌려주지 않는다는 까다로운 조건도 붙어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예약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만 유독 모객이 되지 않는다"며 "워낙 가격이 높은데다 환불 규정도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현지의 불안한 치안 상황도 악재다.
월드컵 패키지 상품은 경품과 접대 등 용도를 위한 기업 수요가 많은데, 이번 월드컵은 주최국인 남아공의 치안 상황이 워낙 불안한 것으로 국내에 알려지면서 혹여나 사고 가능성을 염려한 기업들이 선뜻 구매에 나서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응원단이 조직돼 현지를 방문했던 지난 독일 월드컵 때와는 다르게 이번 월드컵은 여행과 관련한 문의도 잘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