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이상기온 여파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2배 이상 폭등해 주부들의 부담이 늘고 있다.

배추와 고추 등 일부 품목은 100∼200% 이상 올라 주부들은 '장보기가 겁이 난다'며 혀를 내둘렀다.

시장 상인들도 공급물량이 들쭉날쭉하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매출 마저 30% 이상 줄었다며 하소연하는 등 물가불안과 함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 주부들 "천정부지 올라 아껴 사도 부족"
"아무리 아껴서 산다고 해도 늘 예산초과에 장보기가 겁나요."
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사는 정숙자(54)주부와 함께 서구 풍암동에 위치한 서부농산물도매시장을 찾았다.

주로 집근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정씨는 지난해부터 식비를 몇 천원이라도 아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일부러 이곳 농산물도매시장을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농수산시장과 과일시장을 번갈아 가면서 장을 보던 정씨는 어디에서도 선뜻 물건을 집지 못했다. 주변 가게들과 같은 물품의 가격을 비교해 보지만 비싸긴 마찬가지이기 때문.

정씨는 평소 식탁에 단골손님으로 올렸던 갈치, 고등어, 무, 토마토 등은 언제부턴가 인상된 가격 때문에 선뜻 사기가 부담스러워졌다고 했다.

정씨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10만원이면 15가지 정도 물품을 여유 있게 고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장바구니에 10가지를 넣기가 힘들어 졌다"면서 "채소류와 과일, 생선 등 뭐든 집었다가도 놓는 경우가 많아 장 보는 날이면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이날 정씨가 구입한 물건은 배추 5포기, 양파 1망, 홍고추500g, 고구마 3kg, 꽁치 3마리, 무 1개, 토마토 한 상자 등 8가지 품목에 15만원이 들었다.

작년 이맘때면 6~7만원이면 살 수 있었던 것들을 올해는 두 배나 값이 훌쩍 뛴 것.

특히 무(20㎏ 1만4천원)와 양파(20㎏ 3만1천원), 토마토(10㎏ 7만3천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값이 70~90%나 올랐으며, 특히 홍고추 등은 일조량 부족으로 지난해보다 150%나 오른 ㎏당 1만8천원씩에 판매되고 있다.

◈ 상인들 "공급물량 들쭉날쭉, 매출부진"
"가뜩이나 장사가 안 돼 죽겠는데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도 없고…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이상기온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고스라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재래시장 상인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냉해 등으로 농산물 생산량은 현저히 줄어 도매값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를 감안할 때 소매가격을 무턱대고 올릴 수 없는 것이 상인들의 고민.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안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이은자(50·여)씨는 "대부분의 채소류가 지난 한 달 동안 30∼40% 올랐다"면서 "이 때문에 주부들이 가격만 물어보고 구입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무작정 소비자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일부 상품 위주로 10% 이내에서 판매가격을 올렸다"면서 "날씨가 서민을 잡는 격"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