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3일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이른바 남북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중국측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김정일 방중 사흘전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중국측은 이 대통령에 '김정일 방중'과 관련한 한마디의 언질도 없었던 것이 주된 이유.

포문은 한나라당에서 열었다. 3일 오전 정몽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오늘 중국을 방문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천안함 사태 와중에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문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중국은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제일 가까운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며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진다면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우려와 국민의 분노를 분명히 전달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어 외교부가 3일 오후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주의'를 환기시켰다.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은 이자리에서 '김정일 방중'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관심과 입장을 표명하고 북.중 협의내용과 결과를 알려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신 차관이 중국측이 김정일 방중 사흘전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한마디의 언질도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고 우리 정부의 불만 등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외교부는 앞서 중국대사에 대한 '초치'를 비공개로 진행했고 '김정일 방중 보도'에 대해서도 "북한과 중국 등 유관기관이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며 '발뺌하기'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때리기'의 압권은 예상밖으로 통일부에서 나왔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4일 오후 신임 인사차 방문한 장신썬 중국대사에게 "중국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이날 예방한 장 대사와 악수를 나누자마자 "신임 인사차 방문한 자리라 무거운 말씀을 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운을 뗀뒤 작심한 듯 "현재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가 다이나믹한 상황이며 중국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장관은 "우리는 지금 천안함 사태에 직면하고 있고 금강산 관광도 북한의 비합리적, 비이성적 태도로 인해 매우 어렵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중국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임 인사차 방문한 자리였기에 '덕담'이 오갈줄 알았던 장신썬 대사도 현 장관의 발언에 적이 놀라는 눈치였다.

악수후 자리에 앉으면서 자연스레 다리를 꼬았던 장 대사는 접견실 분위기가 생각밖으로 냉랭하자 재빨리 다리를 풀고 정자세로 돌아갔다.

또한 접견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취재진의 녹음기를 가리키며 "지금 대화들이 혹시 녹음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놀란 눈'으로 묻기도 했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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