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韓:中 도움 절실한 터에 외교마찰 부담
신중한 美:정세변화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수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몰고 올 충격을 놓고 이해 당사국들이 복잡한 '외교 함수' 계산에 분주하다. 한국은 가능한 한 많은 우군의 지지로 북한을 압박할 '외교 수단'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중국 등 당사국들도 자국 안보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5일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난처한 처지에 놓여 있다. 천안함 사건의 국제 공조가 틀을 잡기 전에 김 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됐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북측 소행으로 결론나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업고, 북한 고립 정책을 유효한 외교 수단으로 검토해 왔다. 김 위원장 방중이 반가울 리 없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시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천안함 보고서를 양국에 먼저 보내는 것도, 김 위원장 방중 시기를 놓고 중국과 외교 마찰로 보이는 것에 정부가 부담을 느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터에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외교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지만, 한국과 상당 부분 의견 조율을 끝낸 상황이다. 동북아 지역에서의 한국의 안보 이해가 자국 이해 관계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 재개 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미국은 최근 천안함 사건 속에서 김 위원장 방중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중국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동북아 안보뿐만 아니라 세계를 놓고 안보 전략을 구상하는 대국이다. 정세 변화에 따라 융통성있는 입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중국과의 별도 접촉으로 6자회담 재개와 천안함 사건을 별도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역할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역내 안보의 불안정성을 줄이는 것이 최대 목표다. 북한 핵실험이나 도발을 반기지 않지만, 한국 주도의 북한 압박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어느 쪽이나 동북아 안보에 불안감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천안함 사태가 장기화하면 6자회담 재개에 힘을 실어주면서, 역내 안정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 북측 소행이 확실하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한국 입장을 어느 정도 배려하는 모양새는 취하겠지만 역내 안보의 급격한 변동에 대해서는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천안함과 김 위원장의 방중은 별개라고 보고 있다. 이번 방중으로 6자회담이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데서 잘 알 수 있다. 6자회담 재개로 역내 안보 정세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일본은 북한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안보에 있어 현실적으로 한국과 입장을 달리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천안함 사건까지도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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