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한·중 갈등 첨예화… MB 외교정책 시험대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놓고 한국과 중국 정부 사이에 이견이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한·중 간에 갈등은 없다”고 진화하고 나섰지만, 중국 정부는 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과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해 한국 정부와 분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중국의 내부 문제이며 주권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천안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허용한 중국에 항의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이틀 전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하며 항의한 데 대해 정면 반박한 셈이다. ‘주권’ 문제라며 외교적 수사를 생략하고 직설적으로 언급한 발언의 수위는 한국의 항의를 사실상 ‘내정간섭’ 문제로 간주,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천안함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도 한국 정부와 간극을 드러냈다. 천안함 침몰을 북한 소행으로 몰고가는 것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언론의 보도이자 추측”으로 일축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수차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표면상으론 한국의 일부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북한 개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기조에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특히 이러한 입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다음날 나왔다는 것도 심상치 않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북·중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김 위원장의 설명이 있었다면,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나아가 6자회담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와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중국은 6자회담과 천안함 침몰 사고는 별개임을 강조하며,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브리핑이 있기 바로 몇 시간 전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천안함 사태 해결 이전에 6자회담은 없다는 게 확고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국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선 천안함, 후 6자회담’ 방침을 거부한 꼴이다.

중국 외교부의 예상보다 강한 입장 표명은 김 위원장 방중을 통해 드러난 한·중 외교 갈등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한국 정부가 김 위원장 방중에 항의하고, 천안함 문제가 해결되기 전 6자회담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중국 외교부가 직설적으로 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중 사이 한국 정부의 ‘천안함 외교’가 결정적 난관에 봉착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을 끌어들여 미국과 함께 천안함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던 의도에 제동이 걸렸다는 의미다. 과거 북한 제재 국면에서 보듯, 중국의 동의·협력이 없으면 대북 제재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국 측의 이 같은 반응이 나오기 전부터 다급하게 불을 끄려는 태도를 보인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한·중 간에 갈등은 전혀 없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이 가속화할 경우 종국적으론 북·중과 한·미가 대립하는 냉전시대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천안함 외교’에 올인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더욱더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이 끝까지 한국의 입장에 같이 설 수 있느냐는 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미국의 최우선 관심은 북핵 해결이다. 중국이 적극 주선하고, 북한이 유효한 내용을 제시하며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할 경우 미국은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진다.

자칫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한국이 고립되는 측면이 도래할 공산도 있다. 작금에 드러나고 있는 한·중 외교갈등은 단순히 양국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과 외교 정책을 시험대에 오르게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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