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 미묘한 입장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우리 정부의 '안보리 대응' 수위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안보리 대응'은 정치적, 상징적인 조치
'안보리 대응'은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한 목소리로 나선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줄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정치적, 상징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북한이 지불해야할 대가를 수치로 환산하자면 한ㆍ미의 독자적인 대북 조치, 양자 조치, 관련국들의 다자 조치 등이 대부분을 차지할 뿐 '안보리 제재'가 차지하는 몫은 그만큼 적다는 말이다.

◈ 법적 구속력 있는 '결의안' 추진 가능성 낮아
'안보리 대응'의 형식은 크게 나눠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의안'과 그렇지 않은 의장 성명, 언론발표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시 '결의안'은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하는 강제성이 있는 '제재 결의안'과 이보다 한단계 낮은, 북한을 규탄하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규탄ㆍ촉구결의안으로 나눌 수 있다.

결의안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적용되기 때문에 찬반이 갈리는 표결 결과(Split Vote)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제재 결의안'이 상정됐다고 했을 때 중국이 기권할 경우 결의안이 통과될 수는 있지만 국제사회의 '한 목소리'라고는 볼 수 없는 '반감의 효과'가 생긴다는 말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제재 결의안'을 밀어부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핵실험 감행으로 인해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제재 결의안인 1874호의 적용을 받고있는 상태인데다 북한과 우호관계인 중ㆍ러가 이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핵실험 감행'과 '천안함 사건'의 등가성도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우리로선 천안함 사건으로 북한의 핵실험 여파 못지않은 큰 고통을 겪었지만 국제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충격의 강도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정부는 새로운 제재 결의안보다는 기존의 1874호 결의의 이행 강화를 요구하는 규탄ㆍ촉구결의안을 더 유력한 카드로 검토하는 분위기인 듯 하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로선 핵실험으로 나온 제재 결의안에 천안함 사건을 결부시켜야하는 숙제를 안을 수 밖에 없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

◈ '의장 성명' 선택 가능성이 현실적인 대안 될 수도
이에 따라 결의안이 아닌 의장성명(chairman's statement)을 채택하는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의장성명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안보리 이사국들이 사전 문안협의를 거쳐 형성되는 컨센서스(Consensus), 즉 만장일치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의장성명이 순조롭게 채택된다면 국제사회가 일치된 목소리로 대북 규탄에 나서는 모양새를 갖추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정부가 결의안을 선택하느냐 의장성명을 선택하느냐는 정치적 선택의 문제란 얘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 방한한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도 시사점 있어
이런 차원에서 지난 28일 방한한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에도 시사점은 충분히 있었다.

원 총리는 "중국 정부는 국제적인 조사와 이에 대한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면서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 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그 어떠한 행위도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듣는 이에 따라선 '북의 책임을 묻되 그 형식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수준이라면 곤란하다'고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아직까지 안보리 대응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확정된 것은 없다"며 "다만 길게 보고 관련국들과의 긴밀한 협의 후 결정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관계자 "길게 보고 관련국들과의 협의 계속"
현재까지는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중ㆍ러의 '진의'를 좀 더 파악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러시아는 자체 전문가팀을 조만간 한국으로 보내 합조단의 조사결과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이해가 시시각각으로 조금씩 변하면서 이에 따른 정부의 '천안함 외교전'도 가쁜 숨을 돌리고 긴 호흡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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