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 3일 북·중미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나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가 사의를 밝힘에 따라 여권 개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운찬 국무총리(왼쪽 두번째)가 4일 오전 자신이 다니는 서울 잠실 남포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기자들로부터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 및 사의 표명 여부 등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여권 고위 관계자는 4일 "어제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온 뒤 정 총리를 만나 보고를 받았다"며 "독대했기 때문에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총리가 그동안 이 대통령이 해외출장에서 귀국하면 곧바로 청와대를 방문해 보고를 해왔으며, 이날 면담도 같은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세종시 수정안을 설계한 책임자로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에 구애받지 않고 개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진퇴를 대통령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이날 서울 잠실의 남포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과 면담 여부에 대해 "말을 안 하는 게 도리"라고 밝혔다.

정 총리의 거취가 사실상 결정됨에 따라 맞물린 청와대 개편과 개각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번주 중 청와대 조직개편, 한나라당 전당대회 전후 청와대 인적개편, 7·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이전 개각 등을 목표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집권 후반기를 목표로 한 청와대 시스템 개편은 이번주 중을 목표로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한다는 목표 아래 마지막 틀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인사 개편은 현재로선 유동적 요소가 많다"며 다음주로 넘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능력, 도덕성, 지역안배 등 조건을 두루 갖춘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개각이 7·28 재·보선 이전으로 빨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차피 청와대 개편과 개각은 맞물려 있다"며 "청와대 진용이 짜이면 개각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경우 후임 물색이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정길 대통령실장 자리에는 백용호 국세청장,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3선의 권철현 주일 대사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도 후보로 거명된다. 민정·국정기획·정무·홍보수석도 교체되거나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수석 후임에 박영준 국무차장,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해진 코레일 감사 등이 거명된다.

다음 총리는 지역 통합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호남이나 충청 출신이 임명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심대평 국민중심연합대표, 강현욱 전 전북지사, 정우택 전 충북지사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