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가구 한 달 136만3090원으로 버티기
한 끼 밥값 1400원…“아파선 절대 안돼요”
“최저생계비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밥을 먹던 은지씨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먹고살 수 있는 최소 비용이잖아요.”
“아니요. 법에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현실은 간신히 먹고사는 비용이지만….”
그 말에 반찬에 손을 대기가 미안했다. 4인 가구 한 명의 한 끼 밥값이 1400원이다. 밥 한 끼 얻어먹는 게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 300번지 일명 ‘장수마을’. 가난한 사람들이 움막이나 판잣집을 지으면서 형성된 ‘달동네’다. 꼬불꼬불한 오르막길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더운 날씨와 계단. 가뜩이나 땀이 많은 기자에겐 ‘최고’의 상황이었다.
지난 15일 오전 참여연대의 최저생계비 체험에 나선 기자가 다른 체험단이 생활하는 집에 도착하자 얼굴은 땀으로 세수를 한 상태였다. 지난 1일부터 한 달 체험을 하고 있는 박은지(20·여·대학생)씨와 김만철(23·대학생)씨, 대기업을 그만두고 체험활동에 나선 안성호(27)씨 등 5명이 기자를 반겼다. 체험단은 모두 11명이지만 다른 6명은 직장인, 초등학생이어서 저녁에나 돌아온다.
바로 독거노인 반찬 배달에 나섰다. 힘들게 올라온 길을 성호씨와 함께 다시 내려갔다. 점심은 은지씨와 만철씨가 대접했다. 두 사람 외에 김진희(29·여·직장인)씨와 김모 할머니가 한 식구가 되어 살고 있다. 된장찌개와 오징어젓갈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에 장을 봤다고 한다. “단무지하고 김치만 먹는 것에 질려 반찬을 좀 샀어요.” 은지씨의 표정은 이 정도면 풍성한 식탁이라는 눈치다.
| ◇15일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서 한 달간 최저생계비 생활체험을 하고 있는 박은지씨(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희망UP 캠페인’ 참가자들과 ‘일일체험’에 나선 본지 이귀전 기자(〃 세번째)가 점심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질 못한다. 다른 사람이 음식 등을 사주는 것도 규칙 위반이다.
“할머니 의료비로 한 번에 5만원을 썼어요. 최저생계비로 살려면 아파선 절대 안되겠더라고요.”
만철씨를 은지씨가 거들었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은 고사하고 식비도 빠듯해요. 정부가 법에 명시된 대로는 해야죠.”
최저생계비는 매년 9월1일 결정된다. 3년마다 하는 실제 계측이 2007년에 이어 올해 이뤄진다. 다른 해엔 물가인상률을 고려해 3% 정도만 올려준다.
성호씨의 지적이 이어졌다. “노동하기 힘든 이들에게 거의 목숨만 이어가라는 수준의 지원을 하고 있어요. 이들에게 직접 혜택이 간다는 게 확실하다면 저부터 세금을 더 낼 용의도 있어요.” 식사를 마친 뒤 일과대로 서울역 쪽방촌에 머물고 있는 노인들의 말동무 봉사를 마치자 저녁이 됐다.
다시 은지씨네를 찾았을 때 저녁 준비가 한창이었다. 작별인사를 하는 기자에게 은지씨는 “다음주 큰맘 먹고 고기파티 하기로 했어요. 그냥 한 달 버티기가 아니잖아요. 사람답게 살 수 있는지를 체험하는 것이니…”라며 활짝 웃었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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