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총리실 직원 2명이 구속됨에 따라 검찰은 윗선 개입과 정치인 사찰 의혹에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부장검사)은 먼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 이 전 지원관의 윗선을 캐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비서관은 경북 영일·포항 출신인 이른바 '영포라인'으로 이 전 지원관으로부터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내용을 보고받은 '청와대 비선'으로 알려졌다.

이 전 비서관은 이같은 의혹을 부인해왔으나 지난 2008년 9월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지원관실 워크샵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역할에 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의 통신·이메일 기록 등 관련 증거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르면 다음 주 안에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의 부인에 대한 사찰 의혹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일단 이 전 지원관 등을 상대로 여당 의원의 부인을 조사하게 된 동기와 경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남 의원의 부인은 귀금속 관련 사업을 하던 지난 2007년과 2008년 고소사건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지원관실이 나선 경위가 석연치 않다.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권유한데 따른 보복성 정치사찰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남 의원의 부인에 관한 조사보고서가 청와대 하명사건을 전담 관리하는 지원관실 기획총괄과로 넘어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을 추적하면 누가 최초 첩보를 기획총괄과로 이첩했는지 그리고 조사보고서가 기획총괄과를 통해 어디까지 전달됐는지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검찰 수사를 앞두고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손상 등 증거를 조직적으로 없애려 한 점도 주요 수사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지원관 등이 직위해제돼 수사의뢰된 상황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은 윗선의 개입이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여기에 민주당 등 야당이 민간인을 상대로 한 수십건의 불법사찰이 더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는 이 전 지원관의 구속을 계기로 오히려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황병헌 영장전담판사는 23일 오후 11시쯤 이 전 지원관과 지원관실 점검1팀장이었던 김모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함께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지원관실 소속 조사관이었던 원모씨에 대해서는 "팀원으로서 지시에 따른 점을 참작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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