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신념을 줄 수 있다면 연극으로서의 기능을 다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안중근(1879~1910) 의사를 소재로 한 연극 ‘나는 너다’로 연출자로 나선 연극배우 윤석화(54)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처음부터 끝가지 왜 이 작품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초지일관 임했다”고 밝혔다.

안중근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 작품인 ‘나는 너다’는 격변의 시대에 온갖 풍파를 겪는 인간 안중근의 고뇌를 담는다. 탤런트 송일국(39)이 안 의사와 그의 아들 안준생을 1인2역 한다. 쇼뮤지컬과 코믹 연극이 득세하는 공연계의 흐름과 달리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23일 드레스 리허설을 통해 처음으로 연극을 관객에게 선보인 윤석화는 “우리가 익히 아는 위인을 그리는 것에 대한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리얼리즘 대신 표현주의를 선택했다”며 “심플한 무대 장치를 통해 벌판 같은 인간의 가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것도 있었느냐고 관객들이 놀랄 수 있는 과감한 영상 기법도 도입했다”며 “애초부터 돈을 벌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흥행은 작품이 좋으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작품으로 연극에 데뷔하는 송일국에 대해서는 “연극 무대에 잘 어울리는 중량감 있는 배우”라며 “송일국이 굉장히 정직하면서 강직한 사람인데 그런 부분이 연극이라는 예술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평했다.

송일국은 “(연극이 공연되는 극장이) 삼면이 터진 공간인데 게다가 1인2역까지 맡아 너무 힘들다”며 “하지만 윤석화 선배가 연출하고 박정자 선배가 함께 출연을 하니 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가 언제 박정자 선생님에게 사사를 받을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감히 말하는데 이번 연극이 내 연기 인생의 전화점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를 연기하는 박정자(68)는 “이 연극은 그냥 흥미로운 작품이 아니라 안중근을 통해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바라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안중근의 부인 김아려를 맡은 뮤지컬배우 배해선(36)은 “단순한 연극이 아니라는 윤석화 연출의 말씀을 듣고 겸허한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연극에 임할 때마다 애국심이 충만해진다”고 고백했다.

‘나는 너다’는 27일부터 8월22일까지 국립극장 KB 하늘극장에서 볼 수 있다. 송영창, 원근희, 강신일 등이 우정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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