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노숙인 1만명을 품에 안아온 노숙인 복지센터 '가나안 쉼터'가 철거 위기에 처했다.

가나안쉼터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2동 620번지 '청량리 588' 골목 한가운데에 있다. 거리를 전전하는 이들이 모여 잠자리와 끼니 걱정에서 벗어나 미래를 꿈꾸는 곳이다.

쉼터가 전국의 노숙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하루 1000여명에게 밥을 주고, 230여명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눈칫밥, 새우 쪽잠 속에서 홀대받던 이들을 두 팔 벌려 맞이하고 있다.

가나안쉼터를 통해 숱한 노숙인이 당당한 사회인으로 거듭났다. 친구의 빚보증으로 횡령까지 한 이모씨는 가나안을 거쳐 광진구청에서 일하고 있다. 장기간 실직과 폐질환으로 술에 빠진 장모씨는 재활에 성공, 회사에서 트럭을 몬다. 희소병으로 중학교를 중퇴, 봉제공장 기술자로 열심히 일했지만 하반신 장애로 사직이 되풀이되자 남대문 '막가파'가 됐던 이모씨는 가나안으로 들어와 전동 휠체어를 받고 옷 수선업으로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아름답고 살기 좋은 디자인 도시 서울'을 위한 도심 재개발 계획이 쉼터를 위협하고 있다. 또 2012년 시행 예정인 '부랑인·노숙인 보호시설 설치 운영 규칙'은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쉼터는 폐쇄된다.

쉼터 원장인 김도진(72·사진) 목사는 "서울에서 1만㎡ 이상의 도심재정비 사업을 할 때는 지국단위 계획을 수립해 전체 사업대지의 10~15%를 도로, 관장 등의 공공시설로 기부해야 한다"며 "청량리 일대의 재개발 면적은 37만844㎡다. 공공시설로 들어갈 대지의 0.5%만이라도 쉼터에 제공된다면 서울시를 떠도는 수천명 노숙인이 추위와 장맛비를 피해 잠잘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자유방송  shs051@korea.com

<저작권자 © 자유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