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을 향해 달리던 태극소녀들의 도전이 독일의 철벽에 막혔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여자 축구대표팀이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독일 U-20 여자월드컵' 4강전에서 개최국인 독일에 1-5로 패하며 결승행이 좌절됐다.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 결승행을 노리던 한국은 29일 밤(한국시간) 독일 보훔 슈타디온에서 벌어진 대회 4강전에서 전반 13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한 뒤 수비 실책으로 세 골을 연속으로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후반 19분 '지메시' 지소연이 환상적인 플레이로 만회골을 성공시켰지만 곧바로 상대에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득점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한국은 체격이 큰 독일을 상대로 특유의 아기자기한 패스플레이로 나섰다. 그러나 초반 실점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끌려다녔다. 이번 대회 처음으로 수중전을 치른 탓에 체력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13분 측면에서 상대의 크로스를 저지하지 못한 한국은 수비 사이로 빠져나가는 후스를 잡지 못해 첫 골을 내줬다. 26분에는 쿨리그가 아크 정면에서 노마크 상대로 강하게 찬 땅볼슛이 골키퍼 문소리를 스치고 골라인을 넘어섰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두 차례 좋은 찬스를 맞이했으나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공세에 나서던 전반 막판 마로즈산의 침투에 수비라인이 무너지면서 단독 돌파를 허용하는 아찔한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수비 불안은 후반 초반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5분 수비라인에서 볼을 빨리 걷어내지 못한 사이 문전으로 침투한 포프를 놓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3분 뒤에는 문전에서 걷어낸 볼이 미드필드 중앙의 쿨리그에게로 향하면서 또 한번 중거리골을 허용했다. 스로인에서 이어진 독일의 돌파를 막지 못한 채 수비에서 볼을 걷어낸다는 것이 쿨리그 앞으로 떨어진 게 화근이었다. 대회 들어 처음으로 대량 실점을 허용한 한국은 정비가 어려울 정도로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한국에는 지소연이 있었다. 이날 상대의 철저한 수비 속에서도 특유의 창조적인 움직임을 선보인 지소연은 후반 19분 골지역 정면에서 볼을 잡은 뒤 수비수 세 명을 제친 뒤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향하는 슈팅을 재치있게 성공시키며 한 골을 만회했다.

지소연의 골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한국은 그러나 실책으로 맥이 풀리고 말았다. 상대의 슈팅이 골라인을 벗어났다고 오판한 정영아가 볼을 손으로 잡는 실책을 범하면서 페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키커로 나선 포프가 침착하게 이를 성공시키면서 점수차는 다시 벌어졌다.

결국 네골차를 좁히지 못한 한국은 1-5로 패하며 사상 첫 4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콜롬비아-나이지리아의 4강전 패자와 오는 8월 1일 대회 3/4위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