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두달간 긴 고민 끝에 선택한 ‘개각 카드’는 세대교체와 친위체제 구축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선택은 개각을 촉발한 6·2지방선거 민심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두달 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이용하려한 여권의 오만을 준엄하게 심판했다. 이번 개각의 출발도 사실 6·2 선거였다.
그러나 두달간에 걸쳐 이뤄진 청와대 개편과 개각의 내용은 소통과 민의수렴보다는 ‘하반기 국정운영 장악을 위한 실세들의 전진배치’에 더 무게가 실린 모양새다.

◆실세장관 넘어야 할 김태호 총리 = 청와대는 올해 48세인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총리에 지명한 것을 두고 “친서민과 세대교체, 소통을 국정운영 지표로 삼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대교체에 대해서는 여론의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진정한 세대교체가 되기 위해서는 이를 상징할 총리가 여권 내에서 제 역할을 할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정운찬 전 총리도 쇄신과 참신성을 대표해 임명됐으나 여권내 입지가 없는 데다 대통령의 그늘에 묻혀 중도하차했다.
김 총리후보자가 개국공신, 실세장관들이 대거 입각한 3기 내각에서 제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얼굴마담 역할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실제 개국공신인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를 비롯, 국정기획수석 출신의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오랫동안 이 대통령과 일해와 신임이 두텁고 국정운영 경험까지 쌓아왔다.
김태호 내정자는 당내 기반이 없는 데다 중앙정치 경험도 없다. 박연차 게이트 연루의혹도 청문회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가 실세장관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해 정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외교안보팀, 4대강팀 남긴 뜻은? = 이번 개각에서 유임된 장관들을 살펴보면 이 대통령의 ‘숨은 의지’도 엿보인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 이어 내각에서도 외교안보팀(외교·국방·통일)을 전원 유임시켰다. 외교안보팀은 최근 중국, 리비아, 이란 등과의 외교갈등의 당사자로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대북강경노선의 현인택 통일부장관을 비롯한 외교안보팀을 대폭 교체함으로써 ‘천안함 이후’를 주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천안함 사태의 선거이용과 남북경색국면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외교안보팀의 유임에 대해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대북제재국면에서 안보장관을 교체하면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미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천안함 사태 초기 대응 실패와 정략적 이용,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에 대해 심판했음을 고려한다면, 안보장관들의 유임은 소통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4대강 사업을 맡고 있는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장관도 모두 유임됐다. 두 장관 모두 재임 2년을 넘겨 개각 대상으로 지목받아왔다. 이른바 ‘4대강 장관’의 유임도 “민의수렴과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청와대 설명을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