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와 사찰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던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이 결국 국무차장에서 물러나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지식경제부 차관은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권력과 무관한 자리로, 정치적 공격의 과녁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선거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맡았고 그 공을 인정받아 정부 출범 초 인사의 정점에 서 있었다. 하지만, 특정지역 편중인사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강한 정치적 외풍을 타게 됐고 정적들의 공격이 집중됐다.

특히,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문제가 불거지자 박 차관을 향한 공세가 한층 강화됐고 '끝장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본인의 소명 노력과 검찰 수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는 그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박 차관을 둘러싼 여권내부의 자중지란은 당사자인 박 차관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지만 당의 지원 아래 집권후반기 국정을 추진해 가려는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박 차관이 한직인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은 박 차관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서는 집권세력 내부 안정을 찾기 어렵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박영준 차관에 대해 여전히 두터운 신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치않는 상황에 밀려 결국 어쩔 수 없이 박 차관을 읍참마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박 차관 입장에서는 이번 인사가 나쁘지 만은 않다.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는 점 때문이다.

자신을 둘러싼 여러가지 논란의 와중에서도 박영준 국무차장은 최근 자원외교에 몰두해 왔다.

그의 집무실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자원부국의 현황과 한국 기업의 진출가능성 등 관련자료가 빼곡히 담긴 파일들이 즐비하게 꽂혀 있다. 국무차장으로 재임하면서 적도기니와 콩고민주공화국, 미얀마 등 아프리카 아시아를 숨가쁘게 돌아다니며 자원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12일 청와대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쏟아온 자원외교의 작은 결실이 맺어졌다. 박 차관이 자원외교 대상지로 방문했던 아프리카 '적도기니'의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게 된 것이다.

박 차관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석유매장량 3위인 적도기니를 직접 방문해 소원했던 양국관계를 복원시키고 오비앙 대통령을 초청해 정상회담이 이뤄지게 한 것. 오비앙 대통령은 한국을 경제개발의 모델로 삼고 싶다고 밝혔고 자원개발에 한국기업이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아프리카는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 열강들이 마치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를 방불케할 정도로 자원확보 경쟁에 혈안이 돼 각축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이미 중국이 막대한 물량을 투입 석유자원을 선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은 후발 주자로서 한계가 있지만 지나친 자국이기주의로 '반 중국' 정서가 일자 그 공백을 뚫고 적도기니와 콩고 등 몇몇 나라에 자원외교의 교두보를 마련한 상태다.

지식경제부 차관 자리는 그가 해오던 에너지와 자원문제를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향후 박 차관은 자원외교에 올인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