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잔치였다. 하반기 안방극장은 톱스타 총출동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그러나 시청자를 사로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타 캐스팅만으로 승부를 본 드라마는 외면을 당했다.

그러나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는 달랐다.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감정으로 무장한 연기파들은 시청자의 호감을 이끌어 냈다. 이들이 출연한 드라마는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는 등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였다.

최근 안방극장 기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스타 보다 배우가 주목받는 중이다. 과거 스타의 이름값이 시청률에 막강한 영향력을 차지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안방극장 新 필승공략. 스타보다 배우를 선택하는 이유를 살펴봤다.

◆ "비+김현중, 고현정 못당해"

월화수목. 배우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반면 연기력 대신 스타성만 내세운 드라마의 경우 연일 시청률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먼저 월화드라마는 SBS-TV '자인언트'가 대세다. 이범수, 박상민 등 주연급을 비롯 정보석, 이덕화 등 중견파 활약에 힘입어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또 김성오, 이문식, 송경철 등 개성있는 조연들도 시청률 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동시간대 방송 중인 KBS-2TV '성균관 스캔들'은 아쉬운 결과를 보이고 있다. 아이돌 스타 믹키유천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파급력은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송중기, 유아인, 박민영 등 청춘 스타 합류에도 아쉬운 결과다.

수목드라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BS-TV '대물'이 2주 만에 27% 시청률을 기록하며 우세를 보이고 있다. '대물'의 인기는 배우들의 공이 컸다. 고현정, 권상우, 차인표 등의 기대 이상의 열연과 임현식, 박건형 등의 명품 연기가 어우러져 상승세를 탔다.

이와 달리 KBS-2TV '도망자'는 비, 이나영, 다니엘 헤니 등 당대 최고의 라인업이 무색할 만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연기력 논란까지 일면서 연일 하락세에 빠진 것. MBC-TV '장난스런 키스'도 아이돌 스타 김현중의 인기에 못미치는 저조한 시청률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 "스타 아닌 배우, 효과는?"

스타 아닌 배우가 주목받으면서 일어난 첫 번째 변화는 시청률이다. 초반에 주목받지 못했던 드라마가 배우들의 열연으로 재조명 받았다. 실례로 '자이언트'는 개성파 조연 출연 이후 시청률 상승세를 탔다. 배우들이 역전의 명수가 된 셈이다.

SBS 드라마국 허웅 국장은 "이문식(박소태 역), 송경철(남영출 역) 등 베테랑 감초 연기자들의 캐릭터에 몰입과 묵직한 연기 덕분에 드라마의 인기도 높아져 시청률 1위에 오를 수 있었다"면서 "그들의 연기 내공과 존재감만으로도 드라마에 상승작용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드라마 외적인 변화도 생겼다. 배우들의 힘으로 광고 완판을 이룬 드라마도 있다. '대물'이 대표적인 예. 고현정을 비롯한 주조연 출연진들의 열연으로 시청률이 상승하고 드라마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자 광고계 러브콜이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 관계자는 "'대물'이 방송 4회 만에 총분량 24회분의 광고를 완판시켰다. 여기에 20% 프리미엄까지 붙여져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며 "스타성이 아닌 배우들의 호연으로 이뤄낸 성과가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 "시청자, 배우에 빠진 이유?"

드라마 성공 요인은 크게 3가지. 대본, 연출, 연기의 조화가 중요하다. 대본과 연출이 드라마의 뼈대라면, 연기는 살집에 가깝다. 드라마의 맛과 개성을 살리는 역할인 셈.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드라마에서 배우들의 연기력은 필수다. 아무리 대본과 연출이 뛰어나도 연기자가 소화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며 "캐스팅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극 중 캐릭터를 살리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을 때 드라마도 돋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의 연기는 감동을 준다. 캐릭터 완벽 이해로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기 때문. 이는 결국 드라마의 완성도와 연결된다. 그러나 이름값만 내세운 미숙한 연기는 실망을 주기 마련이다. 알맹이가 없어 이슈거리에만 그칠 때가 많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교수는 "일부 수준 낮은 연기는 드라마의 완성도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배우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주연급부터 맡는 것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스타성에만 초점을 맞춘 일부 사례를 꼬집었다.